21C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마케팅(Marketing)이니 디자인(Design)이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패키징(Packaging)이라고 하면 아마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생소할 뿐이다.

다만 포장이라고 하면 한자를 먼저 연상시켜 ‘包裝’을 상기하거나 백화점의 ‘선물포장’이나 아스팔트와 관련된 도로포장(鋪裝)을 연상할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자랑스럽게 직업(Job)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포장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케팅(Marketing)이나 디자인(Design)은 우리들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젖어 들어 있다. 판매만 생각하던 우리가 MBA나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거나, 또는 모든 부문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마케팅적 마인드를 가지지 않고서는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인사·총무 등 관리를 하는 사람들도 내·외부적인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마케팅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럼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를 판매(Sales)와 비교해서 알아보고 패키징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판매 지향적인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쉽게 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광고나 판매촉진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도 흔히 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은 마케팅 활동을 단순한 광고나 판매촉진 또는 영업활동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판매는 마케팅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가장 뛰어난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들의 욕구(Needs)나 필요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상품을 만들었을 때 별도의 판매나 촉진활동이 필요 없는 경우일 것이다. 이와 같이 판매개념이 기존제품의 판매와 촉진활동의 강화를 통해 매출을 증가시켜 이윤을 남기려는 생각인데 반해서 마케팅 개념은 시장의 고객들이 가진 욕구를 통합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만족시킴으로써 이윤을 창조하려는 생각이라는 점이 다르다.

KSA 1001의 포장의 정의를 살펴보면 ‘포장이라 함은 물품의 수송 및 보관에 있어서 물품의 가치 및 상태를 보호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적합한 재료 또는 용기 등으로 물품을 포장하는 방법, 포장한 상태 및 기술을 말하며 낱포장, 속포장, 겉포장의 3종류로 분류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앞서 말한 내용이 과연 현대 패키징의 역할을 대변할 수 있을까?

‘물품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 까지 수송, 보관, 취급, 판매, 사용 등의 제반 과정에 있어서, 물품의 품질, 가치 및 상태를 보호·보전하고 물품의 취급을 편리하게 하며, 그 물품의 상품성과 정보를 전달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재료와 형태면에서는 포장의 사회적 공익성과 함께 환경에 적절한 재료 또는 용기 등을 사용하여, 물품에 경제적으로 시행하는 방법, 기술 및 시행한 상태를 말한다’고 혹자는 말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된 관념 속에서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 한다면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마저 남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수많은 관련 분야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우리 포장을 생각할 때 현재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포장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 지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는 포장단체의 통합문제, 포장기사·기술사 제도의 폐지 논란 등과 멀리는 PL법(제조물책임법), EPR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 등등 날로 중요시 되어가고 있는 패키징의 새 모습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들이 하나하나 정리를 해 가야 할 것이다

이번 월간포장에서의 ‘포장’을 ‘패키징’으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은 시의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포장과 패키징(Packaging)과의 관계를 놓고 어느 것이 옳다, 옳지 않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우리가 패키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사용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넓은 의미의 단어 ‘패키징(Packaging)’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