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미국을 넘어 미국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 코카콜라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지는 악재에 멍들고 있다. 이익의 80%을 가져다는 주는 해외영업이 노사분규, 민·형사소송, 조직적인 안티코크 시위, 공장폐쇄, 건강유해 루머등 갖가지 난관에 부딪히면서 코카콜라를 끔찍이 아끼는 아틀란타 시민은 물론 미국 경제분석가들도 걱정어린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 매출 약 240억달러에 5만의 종업원을 둔 일류기업 코카콜라의 현실인지 정말 이러한 지 의아할 정도이다.

코카콜라는 수익다각화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의욕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프레미엄급 고가생수인 Dasani가 출하된 지 불과 두 달이 안되는 지난 3월 전체 출하량 50만병 회수해야만 했다.

기준치를 넘는 유해성분 검출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연히 후속 프로젝트인 프랑스와 독일내 생산계획도 무기 연기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말 남미 콜롬비아 근로자들이 회사의 인권침해와 노조간부 피살사건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이는 아일랜드와 미국의 상당수 대학의 학생들을 자극해 안티 코카콜라 운동에 불을 질렀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코카콜라 경영진은 노조의 주장이 허위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경찰은 코카콜라 현지법인이 현지의 경쟁기업을 퇴출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자사 납품업자들을 위협하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섰다.

또한 지난 2월 영국정부는 공공보건정책의 일한으로 공립학교에 설치된 자판기에 코카콜라 로고부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고, 한달전 인도정부는 코카콜라가 지하수를 과다 사용해 경작용 용수부족을 초래하고 있고 나아가 유해부산물을 방류한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현지공장을 전면 폐쇄했다.

코카콜라는 이에 불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으나 노르웨이 한 자선단체가 인도의 피해농가에게 보상할 것을 촉구하며 반코크운동에 나서면서 상황은 어렵게 됐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수개월 전 매출 부풀리기 목적의 떠넘기기식 물량공급 협의로 피소된 바 있다.

문제의 배경이 복합적이라 단기간내 해결될 가능성도 낮고 진단도 다르다. 회사 중역들은 근거없는 외부의 모략에 대해 회사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고 회사직원들은 경영진의 무능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전문가들은 확연히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장애물의 성격과 양상이 다양하고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무능 탓이 크지만 악재가 지속되는 이유의 근저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반미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지하다시피 코카콜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라크전 이후 세계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는 반미정서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화의 수혜자인 미국 대기업에 대한 개도국의 반감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유형의 문제들은 예전같으면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본사 전문가팀이 나서서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간단한 문제도 반미와 반세계화 정서와 엉켜지면서 이슈화되고 파문을 일으키면서 해결의 열쇠를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다르지만 코카콜라를 위시해 미국을 상징하다고 볼 수 있는 월마트나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기업에 이런 유형의 악재는 이제 자사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대기업은 브랜드가 알려질수록 외부위협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내수한계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자 하고 있지만 숨을 곳도 없고(NO PLACE TO HIDE) 강한 적진앞에 공격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코카콜라를 보면서 세계화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작금의 코카콜라 사례를 보면 세계화로 치닫는 치열한 경쟁체제 이면에 정치와 경제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원시적 현실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국제적인 현안에 접근함에 있어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같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KOTRA)
작성자 : 아틀란타무역관 정종래차장(INFORMATION@KOTRAAT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