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 소장/포장기술사

독실한 신자가 아니라서 성경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지만, 인류 종말에 관해서 성경에 적혀 있는 이야기는 대개 이렇다고 한다.

과거 인류의 타락과 오만이 극에 달했을 때, 인간은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고 하였는데, 결국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홍수에 의해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노아의 방주에 탑승한 선택받은 인간들과 동식물들이 다시 번성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다음의 인류 종말은 아마 불로서 다스림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견 터무니없는 예언인 것 같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사태를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일부 호사가들은 성경귀절과 관련지어 몇가지의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인류 종말과 연결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흥미본위이거나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의 결과라는 느낌이 들지만, 근래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 물류분야의 발전방향을 암시하는 대목도 눈에 띄기 때문에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666"과 "바코드"의 관계

첫 번째는 “666”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싫어하는 “4”의 숫자가 서양에서는 “13”과 “666”이다. 이 “666”은 성경에서는 짐승의 숫자라고 하여 극히 불길함을 뜻하고, 괴기영화 등에서 흔히 악마의 출현을 암시하는 데에 등장하곤 한다.

이 숫자에 대한 첫 번째 해석은 “COMPUTER"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어 알파벳을 차례대로 6의 배수로 숫자를 부여할 경우(즉, A는 6, B는 12, C는 18 …), computer를 구성하는 알파벳 숫자의 합이 666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이 숫자가 바코드를 의미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바코드는 크게 국가번호, 사용자 번호, 관리번호 등의 3개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영역을 구분하기 위하여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에 길고 가는 두 줄의 bar가 표시되어 있다.

아시다시피, 바코드는 굵고, 가는 두 개의 검은 막대와 2개의 흰막대를 0과 1의 2진법으로 조합하여 숫자로 재현한 것으로서, 두 줄의 가는 검은 막대는 “6”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바코드에는 3개의 6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날 바코드는 거의 무한대로 사용되고 있어 우리는 항상 악마의 숫자 “666”을 끼고 산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종말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더 이상 진행된 시나리오가 없어서 알 수 없다.

RFID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두 번째는 바코드의 다음 세대인 RFID에 관한 이야기이다. RFID의 세부 발전추세는 뒤에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정작 인류 종말론은 이것의 발전으로부터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현재에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신용카드 혹은 교통카드 등에 RFID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거니와 언젠가는 바코드가 RFID로 모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RFID tag 중에서는 read/write 기능을 겸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 조그만 전자칩이 인체내에 부착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신분증, 신용카드 그리고 현금까지도 불필요하게 되며 특정지역 출입시 통행허가증 제시 혹은 신체 수색의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몸속에 장착될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는 이러한 편리성보다 수명을 대폭 연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즉, 이 칩을 몸에 지니게 되면 인체 내에 이상이 있을 경우 먼저 감지하여 즉시 외부에 경보음을 울림으로서 조기에 대처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인류의 기술로 아직까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고 있는 암과 심혈관질환 등을 조기에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종말 시나리오는 RFID tag이 몸속에 들어가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몸속의 전자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인류를 지배하는 절대자가 될 것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적그리스도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에 대항하여 싸우는 선한 무리가 생기게 되며 결국 이 두세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처 통제되지 않은 핵폭탄이 사용되며 결국 지구상의 인류를 100번쯤 죽일 수 있는 방대한 양의 핵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불로서 심판할 것이라는 불은 핵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시나리오이다.

RFID의 사용예

현재는 디지털시대의 한 가운데

어쨌든 지구가 내일 멸망하더라도 오늘은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는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이왕 말이 나왔으니 우리 패키징과 관련된 물류정보의 발전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시대순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20~30년간 시대가 무척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대순별로 특징지어 보자면, 70~80년대를 아날로그 시대라고 할 때, 90년대는 디지털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 시대이며 현재까지 디지털시대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와 홈오토메이션의 발전이 디지털시대의 절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일종인 홈쇼핑은 지난 7년간 3000배가 증가하였다. 홈쇼핑의 이용률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접근하고 있어 신규시장의 창출은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다.

홈오토메이션은 OA 즉, 사무자동화에 이어 근래 대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터넷의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신축아파트나 주택에 광통신 설치가 일반화되는데 힘입어 집안의 모든 전기전자기기들을 외부에서도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요즘에는 인텔리전트 홈 즉, 하우스 자체가 외부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스스로 대응을 하는 소위 똑똑한 집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비쿼터스시대로의 접근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의 다음 개념이 Ubiquitous시대이다. 요즈음 어디서나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원래 성경에서 나오는 말로써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묘사하는 데에 사용되는 개념이었는데,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존재하는 컴퓨터 환경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인간이 숨을 쉬고 살아가려면 산소가 가장 중요한데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존재하므로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도 도처에 존재한다면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컴퓨터는 가능하면 모든 제품이나 기기에 내장되거나 초소형화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주요 가전제품인 세탁기나 냉장고에 컴퓨터가 내장된 것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고 앞으로는 입는 컴퓨터 즉, 옷에 간단한 형태로 부착되어 있는 컴퓨터가 일반화되어 외출시 “컴퓨터 입고나가니?”하는 말도 일반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는 먼지처럼 떠다니는 초소형 컴퓨터인 “Smart Dust"의 연구가 완성단계에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리고 유비쿼터스에 이은 4번째 단계는 "On Demand" 시대라고 한다. 이것은 3번째 단계인 유바쿼터스의 발전된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갑자기 극장에서 상영하는 “실미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즉시 휴대폰을 꺼내들고 간단한 조작을 통해 상영중인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다거나 회사에서 업무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쇼핑을 하고 싶다면 입체스크린을 끼고 가상현실로 들어가서, 롯데백화점이나 이마트 등에 가서 각층을 돌면서 필요한 물건을 손으로 지적하면 이것들이 쇼핑카트에 담기고 그날 저녁 혹은 그 다음날 아침에 물건들이 자택에 배달되는 이른바 “가상현실의 실제화”가 머지않아 일반화 될 것이라고 한다.

RFID의 실용화 위해 tag 가격 인하 필요

이러한 변화와 발전에는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와 바코드 혹은 RFID라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밑받침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바코드는 이제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 몇가지의 불편함으로 인해 2차원바코드를 거쳐 RFID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히타치에서 개발한 0.03mm 초소형 RFID칩

2차원 바코드는 1차원 바코드가 약 20여자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비해, 100배 정도의 많은 양을 포용할 수 있어 웬만한 수필 한편쯤은 담을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x, y축을 다 사용하기 때문에 바코드라고 하지 않고 2차원기호(Two Dimensional Symbol)라고 한다. 현재 이차원기호에 대한 4가지 종류의 국제표준이 확정된 상태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깝게도 사용률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는 2차원기호의 개발에 이어 RFID의 개념이 곧바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주파수 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이라는 이 개념은 바코드 대신에 전자칩을 내장한 tag을 사용하는 것이다. 바코드가 제품표면에 인쇄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정보를 방출할 수 없는 수동적 기능인데 반하여 RFID tag은 자체적인 내장정보를 외부에 방출하는 능동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모든 제품에 빠른 속도로 바코드 대신 적용되어 물류혁신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계산대에서 물건을 다시 꺼내지 않고 쇼핑카트에 담긴 상품들이 한꺼번에 계산되므로 크게 편리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600원 가량의 tag 가격을 최소 30원 정도로 끌어내려야 실용화가 가능해지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RFID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 진행중

현재 RFID에 관한 세부적인 적용기준을 확정하기 위하여, ISO TC 122(Packaging)/104(Freight Container)의 합동기술위원회에서 포장이나 운반용기에 적용하는데 따른 국제표준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 한국, 싱가폴 등이 국가표준 파렛트에 부착하여 유통시키는 시험을 하고 있으며 개별기업으로서는 세계 최대기업인 월마트와 P&G 등이 제품포장에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이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우리의 생활양식도 커다란 변화를 보일 것이다. 우선 전자상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며 현장 쇼핑은 레저의 한 부분 정도로 인식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포장의 개념도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한데, 포장은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른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주요수단이라는 인식이 크게 확산될 것이다.

변조방지, 도난방지, 재포장의 용이성, 정보전달성 등이 미래포장의 중요한 기능이 될 것이기 때문에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여도 우리 포장인들은 오늘 당장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