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과 관련된 개발이나 발명에 대한 이야기는 우선 종이발명의 대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포장문화의 역사를 터득하는 첫 시발임에 틀림없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에집트에서는 서사재료(書寫材料)로서 나일강변에 자란 파피루스(PAPYRUS)를 사용했고, 그후 중국에서는 대나무조각(竹簡), 나무조각(木簡)에 문자를 새기게 되었다.

파피루스종이는 파피루스의 껍질을 벗긴 다음 내부의 하얀 심재를 얇게 갈라 접합시켜 만든 것으로, 섬유를 분산 접착시켜 만드는 현대의 종이제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종이(PAPER)는 이 파피루스가 어원이다.

현대의 종이 발명자는 중국의 채륜(蔡倫)으로, 1022년에 만들어진 중국의 「後漢書」(卷108 蔡倫傳)에서 “채륜이 나무껍질, 넝마섬유, 포, 어망 등을 사용하여 종이를 만들어 元興元年(105년)에 후한의 황제에게 바쳤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종이를 감탄하여 채후지(蔡後紙)라 칭하였으며, 이 당시 이전에는 문자를 목간, 죽간이나 견직물에 썼는데, 비단은 고가이고, 목간·죽간은 무거워서 모두 불편하였다고 기록되고 있다.

이로서 전한(前漢) 이래의 제지술은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왔고, 서화용 종이로서 더욱 질 좋은 종이가 후한(後漢)의 수도 낙양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채륜이 종이의 발명자라고 하는 정설을 의문시하는 연구들이 있다. 즉 1937년 중국 新彊省의 누란유적지에서 漢宣帝시대(BC 73~49)로 추정되는 마제(麻製, 로브놀지)종이가 발견되었으며(전쟁으로 소실, 현존하지 않음), 또한 1957년 중국 狹西省 西安市의 유적에서는 漢武帝시대(BC 140~87)로 확인된 마섬유종이(파교지)가 발견됨으로써, 채륜종이 발명설의 최소 2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단 이 종이는 문자가 쓰여 있지는 않고, 麻布와 함께 銅鏡을 포장하는데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전한시대의 종이로서 금관지, 중안지, 마권만지, 방마탄지 등이 발견되었지만, 문자는 쓰여있지 않았고, 문자가 쓰여있는 종이는 채륜과 같은 후한시대의 것이었다.

AD 100년 중국의 許眞이 편집한 「說文解字」라는 사전에 종이(紙)字가 나오는데, 이는 헌 솜뭉치의 서(絮)字에서 실사字(絲)를 따고, 諸氏에서 氏字를 따서 종이 “紙”字를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채륜은 종이의 발명자라기보다는 그 이전의 종이를 기록용의 품질 좋은 종이로 개량, 완성하여 보급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제지술의 개량자라고 일컬어야 옳

다고 여겨진다. 어쨌던 종이의 발명자가 아닐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제지기술의 방법개량, 품질개선, 종이의 사용보급에 공헌이 컷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의 제지학회에서는 채륜이 종이의 발명자라고 확인하고 있다.

종이의 발명은 문자, 인쇄의 발명과 함께 인류정신문화에 있어서 3대 발명이라 일컬어진다.

기원전 1~2세기경 중국에서 발명된 제지술(製紙術)은 처음 외국으로 전파된 곳이 우리나라로 3~4세기라 알려져 있는데, 「중국조지기술성쇠사」에 의하면 372년경에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 백제의 왕인(王仁)이 「논어」, 「천자문」을 일본에 전하여(AD 405년) (※ 왕인의 전파년도는 AD 285년, AD 375년설이 있으나, 일본의 사기가 2갑자년을 앞당겨져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AD 285년 +120년=405년 설이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일본이 유교문화권에 들게 하였으며, 고구려의 고승 담징은 일본에 건너가면서 제지방법과 제묵방법을 전파(AD 610)한 것으로 기록(日本書記)되어 있는데, 담징은 일본에서 일본문화의 개척원조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종이·인쇄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방에는 751~757년에 당나라와 사라센제국과의 전쟁에서 당나라 군대가 패배하여 많은 포로가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Silk Road)」라 불리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라센제국의 사마르칸트로 잡혀가게 되는데, 그 포로 중에 제지공이 있음으로 해서 사라센에 제지술이 전파되었다.

이것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제지술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종이에 의하여 인류에게 많은 정신문명과 문화를 일으키게 한 이 대상(상隊商)의 길을 스타인(Stein)이 말한 「실크로드」라고고 부르기 보다는 「PAPER ROAD」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하여 이집트를 경유 지중해 연안을 거쳐, 1151년에는 스페인, 그리고 이태리에는 1276년에 유명한 패브리아노(현재에도 있음) 회사에서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프랑스, 독일에도 제지법이 전달되고 유럽에서는 르네상스를 맞아 종이의 수요도 늘어나게 되고, 또한 요하네스 구텐베르그가 금속활자 인쇄기를 발명해서 종이의 수요는 더욱 증대되었으며, 초지기가 발명되고 여기에 부수되는 기계들이 연구 개발되어 제지산업이 문화용지, 산업용지로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시작된 손으로 만드는 종이제조법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되었으나, 이를 기계화시킨 기계 초지법은 거꾸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초지방법은 18세기까지는 손으로 만들었지만, 1798년 프랑스의 루이·로베르(Nicholas Louis Robert)가 기계적 초지법으로 장망식 초지기를 발명하고, 영국의 갬블(John Gamble)이 기계 전문가인 돈킨(Bryan Donkin)의 협력을 받아 1801년부터 3년에 걸쳐 로베르의 초지기를 개량해서, 1804년 영국 런던 근교에 세계 최초의 기계식 제지공장이 세워지고 첫 기계식 초지기를 완성시켜 운전에 성공하여 실용화했다.

영국의 재산가인 포드리니아 형제(H & S Fourdrinier)는 갬블과 돈킨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더욱 개량 발전시켜, 1808년에 오늘날의 포드리니어 초지기의 원형이 되는 최초의 실용적 초지기(금망폭 54인치, 길이 31피트)를 완성시켰다. 그런데 초지기를 완성시키기 위하여 거액의 자금을 썼기 때문에 포드리니아 형제는 후에 파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 장망초지기를 포드리니아 머신(Fourdrinier Paper Machine)이라고 함은 이 형제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판지용으로 사용되는 환망 초지기는 1809년 영국의 존 디킨손(John Dikinson)에 의하여 발명특허를 받은 후, 1817년 미국에서 처음 설치되었으며, 현재 영국의 유명한 제지공장인 존 디킨손 회사는 그가 창설한 회사이다. 하지만 1823년 증기 실린더 드라이어가 발전되기까지는 습지 절단후 자연 건조시키는 방법이었다.

종이·판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과 개량을 거듭하면서 오늘날 우리 인간생활에 아주 밀착되어 없어서는 안되게 되었으며, 종이·판지는 그 나라 문화수준의 척도로서 그 비중이 대단히 크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판지는 종류와 용도가 대단히 많으며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 전달하는 문화용도, 산업용·포장용으로서의 산업용도, 위생용도 등 다양한 목적과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

출처 : 포장이야기 / (주)포장산업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