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를 대체할 기술로 각광을 받아온 무선 주파수 인식(RFID)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실제로 RFID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한 업체들이 이 기술이 생각보다 고가이며 도입이 쉽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소매업체들이 이미 RFID 도입을 확정하고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도입이 취소될 것 같지는 않고 다만 도입 시기는 좀 더 연기될 전망이다.

미국 Wal-Mart는 최근 일부 공급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하기로 약속한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Wal-Mart측은 6월말까지 데드라인을 연장하였으며 이때까지는 모든 제약 업체들이 RFID 태그를 제품에 부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Wal-Mart의 목표가 너무 야심에 찬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Wal-Mart 측은 100대 공급 업체들에 대해 2005년 1월까지 Texas에 있는 자사 공급 센터에 배송되는 모든 제품의 RFID 태그 판독율이 100%에 이를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 봐서는 공급업체들의 25%만이 데드라인까지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왜 일어나는가? 우선, 기술의 불완전성이 그 원인의 일부이다. RFID 태그의 안정성, 견고성 그리고 경제성은 이상적인 수준에서 아직 한참 부족하다.

미국의 P&G 사는 호일 포장이 RFID 신호를 저항하여 무선 송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액체가 무선 신호를 흡수하기 때문에 P&G는 액체형 합성세제에 RFID 칩을 부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는 다른 분야에서 RFID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HP는 Wal-Mart의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HP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는 대만 업체들에게 2004년 8월부터 RFID 태그를 부착할 것을 요청하였다.

HP가 대만업체들에게 2003년에만 160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업체들은 HP와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HP에게 RFID 태그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거나 혹은 도입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HP는 대만에 RFID 센터를 세울 것을 약속하였고, 대만의 업체들은 RFID 생산을 이 기술이 처음 개발되었던 미국으로부터 생산비가 저렴한 아시아로 이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전에는 적어도 2∼3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근의 조사는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AT Kearney and Kurt Salmon Associates가 80개 미국 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제품 제조업체의 79%, 그리고 소매업체의 67%가 RFID의 가격이 이 기술을 도입하는데 가장 문제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매업체들 중 83%가 세계적인 RFID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데 우려를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Kearney의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67%의 소매업체들이 소비자 프라이버시 문제가 추후 RFID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Wal-Mart와 HP 등 거대기업들의 의지와 지원이 있는 한, RFID의 도입은 이미 확정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경제의 원리는 바꿀 수 없다. 더욱 저렴해 지고 사용하기 용이해 진 후에야 RFID 기술은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conomist Intelligence Unit /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