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분리배출」이라고 적혀있는 라면봉지는 어디다 버려야 되나요.”

올해 1월부터 라면이나 과자봉지 등 비닐포장지 재활용제가 시행 되고 있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와 준비부족으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지가 대부분 일반 쓰레기봉투를 통해 그대로 처리되고 있다. 특히 합성수지 포장지를 분리배출해도 수거위탁업체들이 이 를 가져가지 않아 분리수거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주부 서명희(여·36·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최근 아파트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합성수지 포장지를 따로 모으지 않으니 가져오지 마시오’란 벽보를 보고 황당했다. 불과 두달전 관리사무소는 합성수지 포장지 분리수거를 한다며 커다란 수거봉투까지 설치해 놓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서씨에게 “선별분류가 어렵다는 이유로 위탁 업체에서 가져가지 않아 예전처럼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구청에 전화해보았으나, 구청 직원은 합성수지 포장지를 모아서 내놓으면 구청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해간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며 “열심히 따로 모은 사람만 바보된 느낌”이라고 불쾌해 했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주부 임경선(39)씨는 라면 등 합성수지 포장지도 재활용하니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말을 남편에게서 최근에야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 분리수거하는 곳이 없어 그냥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고 있다. 임씨는 “합성수지 포장지가 재활용된다는 사실도 알지못했고, 지자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무런 홍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해 빵, 라면 등 음식료품과 세제, 화장품,의약품 등의 합성수지 포장지를 분리배출하면 이를 수거, 재활용하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시행 5개월이 지나도록 홍보부족으로 국민 대부분은 이를 모르고 있고, 수거 위탁업체들도 ‘번거롭기만 하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리배출된 합성수지 포장지를 수거해가지 않고있다.

실제로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쓰시협)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 70% 는 합성수지 포장지 재활용 분리수거제도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봉투에 배출되는 쓰레기중 합성수지 포장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5%로 조사돼 제도 시행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재활용쓰레기를 혼합 수거해 중간집하장에서 합성수지 포장지를 따로 분류하는데 수거업체에서는 따로 묶어서 내놓는 경우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시 관계자도 “과자봉지 등 재활용품을 따로 분류하고 있는데, 배출량도 많지않고 가져갈 처리업체가 없어서 소각장에 쌓아놓고 있을뿐 ”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쓰시협 유해폐기물관리팀장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와 감시를 하지않아 시민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