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6월부터 하이트에서 생산하고 있는 페트(1.6ℓ)맥주의 출고가격이 7.9%씩 인상되었다. 또 오비맥주도 페트 맥주의 출고가를 하이트와 비슷한 비율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출시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온 가격 인상이긴 하지만 출시된 지 1년도 안 되어 출고가를 인상한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페트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출시 7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전체 맥주시장의 15%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페트맥주의 판매량 증가가 맥주 소비를 확대시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병맥주와 캔맥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트맥주는 작년 11월 처음 출시될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출시일자까지 맥주생산업체인 오비와 하이트 측은 신경전을 벌였고 그 결과 경쟁적으로 출시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작년 같은 달 11일 페트맥주를 출시한 오비가 출고가를 3188.5원으로 결정해 출시하자 하이트에서는 17일 출고가를 오비보다 0.18원 낮은 3188.32원에 출시했다.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광고와 판촉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페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페트맥주 출시는 성공을 거둬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였다. 하지만 패트맥주의 매출증가가 신규시장 창출이 아닌 이윤이 높은 병맥주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 문제였다.

업계에서 처음 페트맥주를 출시할 때 목적은 신규시장 창출이었고 목표도 시장점유율 5%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페트맥주의 출고가는 (동일 양의) 병맥주보다 낮게 책정했다. 또 출시 초기에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 간 출혈 경쟁으로 출고가는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결국 이윤을 계산하여 볼 때 페트맥주(1.6ℓ)가 일반 병맥주(500㎖)에 비해 마진율이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병맥주(500ml) 1병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윤을 나타낸 표. 표에서 보듯 페트 맥주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병맥주 이윤의 절반에 불과하다.(가격은 하이트 맥주 기준) ⓒ 권우영

올해 1/4분기 전체 맥주 소비량은 2003년 1/4분기와 비교해 1%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마진율이 낮은 페트맥주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맥주업계의 수익은 5% 이상 감소하였다.

또 다른 문제는 갈색페트병의 재활용 문제였다. 페트맥주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재활용이 안 되는 갈색페트용기가 사회 문제가 되었다. 업계는 재활용을 실시하라는 여론의 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하이트와 오비에서는 재활용분담금을 지급하고 재활용 의무를 위탁하려 했다. 오비와 하이트에서는 기존 페트병(투명 갈색)의 재활용분담금인 170원/㎏으로 재활용을 위탁하려 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재활용협회는 갈색 페트의 경우 재활용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재활용 금액을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 1개월여 협상 끝에 재활용 분담금은 330원/㎏으로 결정되었다.

재활용 분담금을 330원/㎏으로 결정한 데 대해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임형선 담당 사무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페트재활용협회와 맥주업체 간 협상에서 재활용 분담금액을 278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갈색 페트의 재활용품을 사용하는 수요처가 1곳도 없기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재활용 분담금액을 330원/㎏ 책정하였습니다. 또 기존에 재사용률이 98% 가까이 되는 친환경적인 병맥주가 페트 맥주로 대체되는 것을 방지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2003년 시행한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생산자는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페트맥주는 전혀 재활용에 대한 고려없이 생산했다. 환경부에서 분담금액을 높인 것은 생산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맥주업체에 대한 일종의 벌금으로 볼 수 있다.

업계의 예상보다 재활용 분담금이 높게 책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재활용 분담금이 제품가에 미치는 영향은 7.9원/병에 불과해 그리 큰 가격 인상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에 하이트에서 마치 재활용 분담금 인상 때문에 출고가를 인상한다고 발표한 것은 맥주업체의 시장 전망 실패에 따라 출시 6개월만에 페트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것을 둘러대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 맥주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업계 사정을 설명했다.

"이번 맥주가격 인상은 예상한 것이었어요. 환경부담금 문제가 아니에요. 페트 하나당 6~7원인데요. 문제는 워낙 이윤이 낮다는 것입니다. 출시할 때부터 출고가 책정에 문제가 있었죠. 팔면 팔수록 손해에요. 그만큼 병맥주가 안 팔리니까. 사실 병맥주와 같은 이익을 얻으려면 15% 정도 인상을 해야 하는데 주위에 보는 눈도 많고…."6월부터는 맥주의 계절이 시작된다. 여름은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이러한 계절 요인을 이용하여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이윤을 얻으려고 것이 맥주업계의 속셈이라면 속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