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도날드 창업자, 고 후지타(藤田)씨는 일찍이 일본의 식품시장을 「암흑대륙」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대기업 요식업체라고 해도 독식할 수 없을 만큼 깊이가 깊은 시장이 식품시장이라는 것이다.
개인 소비의 약 30%가 식품인 일본의 경우 거대 식품시장이 두터운 것은 지역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된장과 간장이 그 대표적 사례지만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조미료나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각 지역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상이하다.
예를 들면 워스터소스의 경우, 카고메社가 전국 점유율 50%로 수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일본 동부 지역에서는 블루독소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홋카이도와 동북 지역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 서부 지역에서는 카고메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블루독소스가 아니라 이카리소스라는 점이다.
즉석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역별 수위 기업이 제품마다 전혀 다르다. ‘컵 야키소바’의 전국 1위 제품은 닛싱(日淸)식품의 「UFO」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닛싱은 西일본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東일본의 4개 지역에서는 동양수산이나 마루카식품에 뒤지고 있다.
인스턴트 라면의 경우도 東일본에서는 산요식품의 「삿포로이치방」이 선두를 달리지만 西일본 츄고쿠(中國)에서는 닛싱식품, 큐슈에서는 하우스식품의 제품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에 따라 맛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지역시장의 요구가 판이하기 때문에 중앙집권적인 원료·상품의 공급이 어려워 기업 규모가 작더라도 상품의 라인업에 잘만 주력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전국에 3만여개나 되는 식품 제조회사가 있고 지역에 뿌리를 내린 유통업체도 많다.
과점상품 분야, 저가격으로 파고들어
「음식 산업은 디플레 시기에 강하다」. 근로자 1가구당 지출액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7년 이후 임금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가구, 가정용품의 비율은 1997년 3.5%에서 2002년 3.3%로, 의류·신발 등은 5.7%에서 4.8%로 떨어진 반면 식료품은 22.3%에서 22.2%로 5년 사이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디플레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늘고 있는 가공식품 판매회사가 있다. 바로 아사히상사다. 직원 12명의 이 회사는 2004년 회계연도에 56억 엔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동사의 380g들이 잼의 가격은 98~138엔으로 타사의 1/3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잼은 이집트에서 제조한 것으로 일본 수입 잼의 12%가 아사히상사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대형 유통업체이자 저가격 정책으로 유명한 베이시아에 29엔의 초저가 탄산음료를 연간 23~24만캔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일본에 상륙해 있는 거대 외국계 유통업체에서도 납품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
아사히상사는 납품가가 24엔대 전후인 이 탄산음료의 순이익이 약 20%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은 동 제품을 캔 가격, 원료비, 1캔당 제조비용이 싼 미국에서 생산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설비를 갖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감가상각 부담이 커 이만큼 싸게 공급할 수 없다.
그 밖에 케첩과 인스턴트커피 등을 취급하는 동사의 노사와(野澤) 전무는 「과점 상태가 심화된 상품이라도 압도적인 저가로 판매하면 신규 거래처를 발굴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판매량을 늘어나도 대기업의 판매량은 줄지 않는다. 그것이 식품의 깊이다.」라고 말한다.
의외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식품시장
소매시장의 경쟁 격화와 유통업체와 제조사 간 직거래 확대 등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곳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식품사업은 많은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업으로서의 매력이 크다. 지역에 밀착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소매 및 유통 구조의 차별화를 실현한 도매상에게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시장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