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제휴와 함께 조금이라도 좋으니 자본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작년 가을 이후 미츠이물산(三井物産)의 담당자는 상대방 회사 대표에게 몇 번이고 접촉하여 제휴를 요청하였다. 그 상대는 후쿠시마(福島)현 코리야마시(郡山市)에 본사를 두고, 약 1,500억엔의 매상 규모를 가진 도호쿠(東北)지역 최대 식품도매업체인 사토(佐藤)다.

금년 2월 6일, 사토와의 제휴보도가 조간 1면 톱으로 게재되었다. 그러나 거기에 「三井」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미츠비시상사, 식품도매업 5개사와 제휴」, 바로 미츠이물산의 라이벌이었다. 라이벌간 싸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미츠이물산은 4월, 사토와 업무제휴하면서 우선주를 받는 것에 합의하였다.

미츠비시상사와 미츠이물산 격돌

지방의 유력 도매업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미츠이물산과 미츠비시상사의 줄다리기. 바로 일본 식품유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종합상사 2강간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물류 효율화를 위해 미츠비시상사가 51%를 출자하여 2월에 설립한 「아라이안스 네트워크」의 자본금은 3,000만엔. 사토와 키타리쿠(北陸)의 유력 도매업체, 카나칸 등 지방 4개사 모두와의 출자비율은 5%밖에 되지 않는다.

미츠이물산의 사토에 대한 출자금액도 미츠이물산의 색칠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종합상사와 지방 도매업체간 제휴의 배경에는 4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계열사 식품도매업체의 규모 확대와 지방 진출에서 미츠비시상사와 이토추(伊藤忠)상사에 비해 늦었던 미츠이물산이 유통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츠이물산은 우선 계열 도매업체인 산유고아미(三友小網, 현 미츠이식품)의 부진에 메스를 가했다.

산유고아미는 2000년에 미츠이물산 계열의 산유(三友)식품과 독립기업인 고아미가 합병하여 탄생하였지만, 구조조정 등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츠이물산은 2001년말 이후 300억엔의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7월에는 미츠이물산 OB로 도요(東洋)수산 전사장인 하시모토 데루아키(橋本晃明)가 회장으로 취임. 금년 4월에는 社名에 「미츠이」를 넣음으로써 그룹의 중심 도매업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유력 소매업체에 발이 넓은 하시모토씨를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단기 목표로 업계 4위인 이토추상사식품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

미츠비시상사는 로손, 이토추상사는 패밀리마트를 산하에 두고 식품을 중심으로 계열 도매업체를 통한 거래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계열에 유력 도매업체를 가지지 못한 미츠이물산은 포괄제휴한 이토요카도 그룹의 세븐일레븐 재팬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기반을 강화하는 식품대기업

대형 편의점업체들은 판매 데이터와 시스템 노하우의 유출을 꺼리기 때문에 하나의 도매업체와 거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세븐일레븐은 미츠이식품에 주력 도매업체로서 전국 물류를 맡기고 싶다고 제안하였다. 미츠이물산 그룹의 세븐일레븐과의 거래총액은 약 3,500억엔.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방 체제정비가 필요하다.

"미츠이물산이나 미츠이식품이 지방에 독자 공급체제를 갖추는 것보다는 지방에서 세븐일레븐과 거래하는 도매업체들을 그룹에 편입하는 것이 빠르다"고 하시모토씨는 말한다.

"지방 도매업에 대한 투자는 최대 20%. 제휴교섭하고 있는 도매업체는 3개사다"라고 미츠이물산의 사토 상무는 말한다. 이토요카도 그룹과 관계가 깊고, 도호쿠지역의 세븐일레븐과 약 130억엔의 거래가 있는 사토에 미츠비시상사의 색깔이 칠해지면 곤란하다.

두 번째 요인은 경영부진에 빠진 식품도매 7위업체인 메이지야(明治屋)에 대한 미츠비시상사의 ‘지원사격’과 ‘제2 료쇼쿠(菱食)’다. 메이지야는 미츠비시와 직접투자관계는 없지만 기린맥주의 창업과 간여한 오래된 기업인데, 2003년 2월까지 6년 연속 적자가 계속되었다.

아이안스 네트워크에 메이지야가 제2주주로 참가하면서 미츠비시상사가 메이지야의 후견인이 되었다. 지방의 유력 도매업체를 흡수하여 식품 이외의 도매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미츠비시상사에게서 주도권 확보에 대해 강한 의욕을 느낄 수 있다.

미츠비시상사가 로손에 대한 공급만을 위해 유통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도매를 계열화해, 이른바 제2의 미츠쇼구로서 식품유통을 확대하고 싶다」는 것이 미츠비시상사의 노림수다.

"지역밀착 지방도매업은 진짜 강하다. 치밀한 시스템을 구축한 료쇼쿠가 세일즈에 나서도 함락시킬 수 없는 지방 유력 소매체인이 많이 있다. 지역 최고의 도매업과 어떻게 해서든지 함께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힌다.

새로운 비즈니스 진출에 계획?

미츠이물산과 미치비시상사의 공방은 중식시장에서 쉐어 확대를 노리는 대형 편의점과 공동으로 식품시장에서의 권익을 확대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미츠비시상사가 왜 코바쇼(주: 동경에 본사를 두고 약국와 드럭스토아, 수퍼 등에 일반의약품과 일용잡화, 유제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와 제휴한 것일까? 성장하는 드럭스토어(Drug Store)와의 거래를 확대하려는 포석과 함께 병원의 급식 비즈니스에 진출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라고 식품 도매업체의 간부는 말한다.

세 번째 요인은 식품의 중간유통을 장악하여 편의점 이외의 판로를 개척하고 싶은 것이다. 소상권화가 진행되고 있는 소매시장에서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식품분야를 강화하는 소매업이 늘어나면서 드럭 스토아 2위의 카와치약품은 이미 매상고의 44%를 일반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4위의 산도락구가 3월 야마나시(山梨)현에 낸 교외형 1호점에는 2천㎡의 거대한 소매장의 50%를 식품이 점하고 있다.

네 번째는, 상사의 강점을 가미한 기술혁신의 파도가 밀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토추식품의 오자키 히로(尾崎　弘)사장은 IC태그에 대해서「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고 말한다. IC태그가 보급되는 시대가 오면 개개 상품의 전 유통과정 정보를 수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식품의 승자가 유통을 장악한다는 것을 상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식품에서 시작되는 유통혁명

미츠이식품의 하시모토 회장은 거래처 리스트를 보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 이름은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떤 가게인가 라고 담당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드럭스토어나 홈센터이다.

타 분야의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을 동시에 취급하면 트럭 1대당 수송가능한 금액이 늘어난다」료쇼쿠의 히로타 타다시(廣田 正) 회장은 조용히 전략을 생각한다.

"개인 음식점에 큰 비즈니스 찬스가 있다. 도산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카다로그 통신판매를 하는 「아스쿠르형」이 가장 좋지만 점포를 내어서 캐쉬 앤드 캐리(cash and carry)를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접근해야지 장사가 될까" 이토추식품의 오자키 사장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친다.

이자카야(일본의 선술집) 체인인 다이쇼(大庄)에 주류·식품을 일괄납품한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곳에도 납품하고 싶다. 이자카야는 새로운 시장이다」.

고도의 유통기반을 가진 도매업체가 필요

100㎡의 매장에 2,800~3,000개 제품을 진열하는 편의점은 1년에 70%의 제품이 교체된다. 같은 식품이라도 향신료와 음료의 회전율이 다르듯이 다양하면서 수명이 짧은 상품을 소매업체가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 작은 매장에 재고를 적게 하면서 결손품이 없어야 하는 일본에서는 강력한 도매업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업 디벨로퍼의 사장은 말한다. 「동경 교외의 개발물건 경매에서 3.3㎡에 월 2,000엔의 최저 임대표를 기준으로 3,000엔을 제시하였지만 낙찰가는 결국 9,000엔을 넘었다」. 출점에서 경쟁하는 식품수퍼는 좋은 입지의 고지가를 전제로 효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식품의 판로가 넓어지면서 식품도매업체에게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즉 업종의 경계를 넘어선 거래의 확대다. 소액 · 다품종, 온도대별 관리 등에 탁월한 식품의 유통기반에 힘입어 어떤 상품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식시장에서도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료쇼쿠의 자회사, 알와이푸드서비스(RYFS)는 2002년 6월, 대형 외식업체인 로얄의 물류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물류가 극적으로 변화하였다. 납품 품목별로 하루에 10회 운행하던 트럭을 1회에 납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점포의 재고보관 스페이스는 10㎡나 감소하였다. 「신규 점포는 동일한 면적에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로얄의 쿠리키 미노루 업무집행임원은 말한다.

일본판 Retail Link 시동

RYFS는 3,500개 품목의 납품정보를 300여개사의 거래처와 로얄이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점포에 출하수량정보를 거래선에 제공하고, 물류센터의 적정재고량을 자동 계산, 부족이 있으면 거래선에 납품을 독촉하여 적정 재고량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 월마트의 정보시스템 「Retail Link」의 일본판이다.

쿠리키씨는,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생선을 거래하고 있던 미츠비시상사그룹의 식품도매업체에 계란의 공급여부를 문의한 결과, 「산지 A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300km 떨어진 산지 B에서 조달한다. 그곳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다음은 산지 C에서 조달한다」는 대답을 듣고 놀랐다고 한다.

한편 로얄은 대부분의 외식전문 도매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였다. 가격, 문제해결능력, 정보력, 제안력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단지 좌에서 우로 보내는 “20세기형 도매”는 통용되지 않는다. 고도의 물류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메이커들도 도매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RYFS의 나카노 사장은 도매업의 발전상황과 업체간 격차를 지적한다.

식품분야에서 새로운 세력이 대두하는 가운데, 높은 물류기능과 제안력을 갖춘 식품도매업은 거대한 코디네이터로서 입지를 확보해가고 있다.

"상사의 진출에 힘입어 전 유통과정을 일원화하고 정보 Value Chain을 구축하여 코스트를 삭감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라고 이토추상사 다나카 식품유통부문장은 말한다. 새로운 유통혁명은 「식품」에서 시작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