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나른한 여름 오후. 더위와 공복감을 물리치기엔 아이스크림과 햄샌드위치가 제격이다. 그러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권할 만한 식품은 아니다. 이들 음식에 포함된 아질산나트륨 등 10여가지 식품첨가물이 신장 및 소화기 장애, 장기적으로 아토피성피부염과 암을 유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농약과 중금속에 오염된 채소나 위생불량의 음식만이 위험한 먹을거리는 아니다. 방부제 등 식품보존물질, 산화방지제 등 각종 화학성 식품첨가물들이 인간을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식품첨가물=현재 합법화된 식품첨가물은 600가지나 된다.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하는 햄, 소시지, 맛살, 라면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는 어김없이 식품첨가물 한두 가지씩 첨가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은 5가지 이상, 도넛제품은 9가지 이상의 식품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식품첨가물 기준을 고시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소량의 식품첨가물 섭취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색제와 방부제 용도로 대부분의 식육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은 고기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조아민을 만든다.

이 물질은 암을 유발할 뿐 아니라 빈혈, 구토, 호흡기 약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국민만성병’으로 지칭되는 아토피성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허술한 식품첨가물 공전=최근들어 미국 등 선진국 대형 식품업체들이 새 제품을 팔기 위해 과거에 없던 식품첨가물 사용을 한국 정부에 속속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폴리글리시톨시럽, 질소, 카프릴산 등 10가지 식품첨가물이 신규 허가됐다.

이처럼 식품첨가물이 늘고 있음에도 국내 식품첨가물 관련 법률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판결은 국내 식품첨가물 관련 법률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법원은 제산제로 쓰이는 수산화마그네슘을 다이어트식품에 과다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모 제약사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과다사용할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위험이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고시한 첨가물 기준 및 규격에 ‘최소량’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수치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첨가물의 첨가 허용한도를 현재보다 크게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률은 제품별로 식품첨가물 허용량을 규정하고 있으나 여러 가공식품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1일 권장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덜 먹고 덜 섞는 운동 벌여야=소비자들은 단지 맛으로만 식품을 고르기보다는 영양가와 안전성을 염두에 두고 먹을거리를 골라야 한다. 포장기술이 발달한 만큼 기업도 최소한의 첨가물만 넣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담뱃갑에 흡연의 유해성을 표시하는 것처럼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의 경우 포장지에 ‘이 제품을 다량 섭취할 경우 발암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유신 서울환경연합 간사는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만이라도 의무적으로 유해성 경고표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