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에서 시작된 슬로우푸드 운동은 치킨 맥너겟을 비롯하여 대량 생산되는 음식을 거부하고 제대로 된 식사 문화를 정립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에 참여하는 6만 5천명의 회원들은 치즈에 깃들어 있는 장인정신과 직접 만든 맥주의 독특한 맛, 힘들게 준비된 식사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런 식도락가들이 ConAgra Foods에서 출시한 최신 냉동식품 Banquet Crock-Pot Classic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Banquet Crock-Pot Classics가 제공하는 메인 메뉴는 인스턴트 식품의 일종이지만 슬로우 쿠커로 8시간 내지 10시간을 조리해야 한다.

슬로우 쿠커는 고기와 채소의 맛이나 영양을 떨어뜨리지 않고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조리도구로서 최근 직접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Banquet Crock-Pot Classics는 조리하는데 드는 10시간 중 5분 정도만 신경을 쓰면 된다. 다른 냉동 식품을 데워 먹는데 드는 시간과 비슷하다.

ConAgra가 주요 타겟으로 삼은 고객은 물론 전자렌지에 간단하게 데워먹는 음식보다 더 간편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Banquet Crock-Pot Classics 라인에서 나오는 6가지 음식은 맞벌이 부부들 중에 요리를 하기에는 너무 지쳐있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인스턴트식품을 사먹기 보다는 겉모양으로나마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Banquet Crock-Pot Classics에는 과일 푸딩을 곁들인 닭고기, 쇠고기와 면을 곁들인 스트로가노프 같이 일반 냉동식품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것들이 있다.

ConAgra의 수많은 브랜드 중에 Banquet을 책임지고 있는 John Hanson은 요즘 엄마들이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Crock-Pot은 바쁜 현대인을 위해 직접 만든 신선한 음식을 배달해주는 좋은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ConAgra가 Banquet Crock-Pot Classics를 만들기 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슬로우 쿠커는 지난 몇 년간 르네상스를 맞았다. Crock-Pot 트레이드마크의 소유자인 Rival Corporation에서도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슬로우 쿠커 판매가 20%나 신장되었다.

슬로우 쿠커는 장시간 조리하는 조리도구이면서도 요리 도중에 요리가 타거나 끓어 넘칠까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보통은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마늘을 까고, 양파를 자르고, 닭고기의 껍질을 벗기는 등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슬로우 쿠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ConAgra가 고안했다. 5.99달러의 Banquet Crock-Pot Classic 한 봉지를 꺼내어 슬로우 쿠커에 넣기만 하면 요리준비가 끝나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Banquet Crock-Pot Classics는 출근하기 전에 봉지를 뜯어 슬로우 쿠커에 내용물을 넣고 조리가 되도록 쿠커를 작동시키기만 하면 된다. 내용물 중에서는 밀가루나 전분이 포함된 파스타나 감자 같은 것만 빼고 모두 한꺼번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퇴근해서 돌아와 식사를 시작하기 30분전쯤에 파스타나 감자를 넣으면 요리의 모든 과정은 끝난다.

ConAgra는 Banquet Crock-Pot Classics 음식을 개발하는 데 반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채소는 아삭거리고 고기는 적당히 육질이 살아있으며 파스타도 쫄깃한 면발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이러한 조리식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ConAgra는 지난 겨울 미국에서 냉동식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도시 세 개를 골라 Banquet Crock-Pot Classics를 시범적으로 판매했다. 세 도시에서 Banquet Crock-Pot Classics는 다른 패밀리 사이즈 냉동식품에 비해 2.5배나 많이 팔렸다.

다가오는 9월부터는 미국 전역에서 광고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Banquet Crock-Pot Classics를 보다 전통스럽게 보이면서도 전자렌지용 냉동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갖췄음을 강조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슬로우푸드 운동 참여자들과 슬로우 쿠킹의 매력에 빠져있는 매니아들의 사용후기가 뒤따를 것이다.

(NEW YORK TIMES /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