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화학정보) 각종 필름에서 포장지까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제품 도·소매 직거래 유통단지인 방산시장이 고유가와 내수침체로 그 존립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방산시장은 600여개 이상 도·소매점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폴리에틸렌(PE)을 포함해 폴리프로필렌(PP) 및 폴리염화비닐(PVC) 필름과 바닥재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을 놓고 관련 중소, 영세업체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규모 장터다.

유화업체가 다음 달에도 원료가 인상을 기정 사실화한데 반해, 자체 경쟁 심화로 제품가 추가 인상은 엄두도 못내는 등 사실상 40년 이상 국내 중소석유화학업계의 유통 명맥을 이어온 방산시장은 설립된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원료가격은 매달 상승.. 제품판매 가격은 아직도 3월 수준

LDPE(film) 수출가격은 CFR FE Asia 기준으로 8월초 톤당 1145달러에, PP(homo)는 995달러선에서 형성돼 2·4분기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현재 방산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PE, PP필름 가격은 제품마다 규격은 조금씩 다르나, 일반적으로 kg당 1500원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6월부터 원료가격이 매월 t당 10만원씩 인상되고 있는데 반해, 제품가격은 여전히 지난 3월에 형성된 수준에서 묶여 있다는 것.

따라서, 소규모로 거래가 형성되는 시장 도·소매점의 경영압박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필름 관련 중소업체 사장은 "6월부터 인상되고 있는 원료가격이 다음 달에도 또 인상될 것 같다"며 "대형 유화업체들은 상여금 등으로 파티를 한다는데 중소업체들은 문을 닫게 생겼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PE필름 제품 도매점(포장지 용도)을 운영하고 있는 영세업체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구매자가 25~30% 이상 줄어들었다"며 "시장에서 일반 물건이 잘 팔려야 그 물건을 포장하는 포장지 수요도 늘어날텐데.."라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제품가격 놓고 업체간 눈치보기.. 임대료는 또 다른 부담

원료가격이 내달에도 상승 조짐을 보이자 도·소매점 역시 제품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주변 업체들 사이 가격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눈치보기를 하고 있기 때문.

구매자들 대부분이 똑같은 제품에 대해 2곳 이상 복수거래를 하고 있어, 자연히 제품가격 인상은 동종업체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체들 사이에는 가격 인상이 가장 민감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방산시장내 상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눈치보기를 넘어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동종업체간 자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약 4년전 평당 약 30~50만원으로 책정된 임대로도 방산시장 상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PP필름 도매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오죽 경기가 어려우면, 아직 인하되지도 않은 임대료를 내려줘서 고맙다는 현수막을 걸어놓았겠냐"며 "이는 건문주에게 임대료 인하를 애타게 부탁하는 마음에서 나온 애교 섞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