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과연 사회에 이로운 것인가? 소비가 중심적 가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소비에 대한 욕망을 불러 일으켜 사람들로 하여금 좀더 소비하도록 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영국 랭카스터대 시각예술학과 학장인 나이젤 휘틀리의 저서 "사회를 위한 디자인"(시지락 刊. 김상규 옮김)에서는 현대 디자인을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구축물이라는 전제하에 크게 세가지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우선 환경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과도한 디자인은 곧 환경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환경을 생각한다며 주창된 ´그린 디자인´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린 디자인´이 단지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산업 자본주의에 덧입히는 정치술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포장을 플라스틱재에서 종이로 바꾼 것은 환경적으로 올바르게 보이겠지만, 그것을 생산하는데 드는 에너지 및 폐기 비용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 수 있음을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디자인이 정말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디자인이 갖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하이네켄 맥주병을 건축재로 사용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자 했으나 마케팅 상의 이유로 좌절됐던 알프레드 하이네켄의 ´WOBO(World Bottle) 프로젝트´, 책임있는 디자인 운동의 창시자인 빅터 파파넥의 이론체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 디자인의 반여성적 측면도 비판하고 있다. 디자인이 사회의 표현이고, 사회가 가부장적이라면 디자인은 남성 중심의 성향을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성성을 나타내는 ´장식적´, ´섬세한´ 같은 표현들은 디자인에서 하찮은 덕목으로 취급되며, 의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인들이 성역할의 고착화의 기여한다는 것. 또한 여성 디자이너가 부족한 상황은, ´여성´의 욕구를 디자인에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나이젤 휘틀리의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서는 디자인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주의 디자인을 반대하며, 디자인이 사회에 유용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나이젤 휘틀리는 ´굿 디자인´이란 단지 미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된 취향을 드러내며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 아니라며, 대안으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사회를 위한 디자인"의 저자 나이젤 휘틀리는 한국어판 출판 기념으로 내한하여 오는 9월 13일 주한 영국문화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소비자 주도 디자인과 그 가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문의 : 02-539-3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