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올 들어 견실한성장세를 유지해온 지구촌 경제가 고유가로 자칫 성장궤도에서 이탈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 배럴당 44달러 선을 넘어서는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미국경제에 고유가 부담으로 인한 소비위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극도로 취약한 석유 수급구조로 인해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까지 치솟을 경우 세계경제가 ´3차 오일쇼크´를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50달러 넘볼까=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3센트(0.8%) 오른 44.14달러에 마감됐다. 이로써 WTI 선물가격은사흘 연속(거래일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올 들어 이미 36% 급등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당장 증산할 여력이 없다´는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의발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극도로 취약한 수급구조 때문에 사소한 악재로도유가 급등을 초래하는 상황이 지속되고있다.


“만약 러시아의 유코스가 석유생산을 중단하면, 만약 나이지리아에 파업이발생하면, 만약 베네수엘라 석유노동자들이 태업을 하면, 만약 이라크 송유관이 또 공격을 받으면"과 같은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악재´가 수급불안을심화시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OPEC의 증산능력 부재와 함께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의 유류 소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점도 수요공급 어느 측면에서든 가격 하락요인을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올해 원유 수입은 작년에 비해 21% 증가한 1억10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요 요인때문에 일부 석유전문가들이 배럴당 50달러를 전망하고 있다.

석유거래업체 퀘스트인터내셔널의케빈 커 선임거래인은 "한동안은 이익실현 매물로 인해 유가가 조금 밀리겠지만 결국 배럴당 45달러는 물론 55달러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새로운 마지노선이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보고 만약 45달러 선이 붕괴된다면 연내 ´미친가격(crazy price)´수준으로 불리는 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 3차 오일쇼크 경계=세계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경제가 이미고유가 지속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는 고유가 여파로 3년 만에 최대폭인 전월 대비 0.7%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소비는 지난 5월 1% 증가했으며 전문가들은 6월감소폭이 0.1%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무부는 자동차 및 부품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6월 소비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오는 6일 발표될 7월 고용지표가 좋지 않게 나타나면 당장 소비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유가 상승과맞물려 부정적인 효과를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유가가 물가상승-소비위축-생산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크게 둔화될 수밖에없다. 미국의 경우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니고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는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분석업체인 이코노미닷컴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하반기경제전망의 최대 관건은 에너지 가격이될 것"이라면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거나 유가 오름세가 급격해지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뾰족한 대책이 없다(?)=정부는오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정부 차원의 고유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대처해온 유가동향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오는 6일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자부 배성기 자원정책실장은 "공급부족에 대비, 석유비축량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소비절약운동을 강화하는 것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내국세 인하 등 인위적 가격안정책의 경우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고 영구적이 아닌 일시적 세제인하는 오히려 내성을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혀 세제인하 조치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