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Unilever와 P&G 등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맛과 향을 사용한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McDonald는 팥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Heinz는 뱅어맛 오트밀 유아식을, 그리고 PepsiCo의 Frito-Lay는 북경식 오리맛 포테이토 칩을 출시했다.

외국업체들은 서양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소비자들을 위해 중국의 풍부한 “맛”을 사용,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을 재창조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콤한 게나 검은 참깨 등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맛과 향이 중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생소한 외국음식을 시도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중국 국내 브랜드들은 이러한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중국의 맛과 향을 사용한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이제 후발 서구 업체들은 이들 중국 국내 브랜드들의 전례를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매장을 1,100개나 가지고 있는 중국 최대의 체인점으로 성장한 KFC는 메뉴의 40%를 중국식 메뉴로 바꾸었다고 한다. KFC의 중국식 메뉴 중에는 매콤한 사천식 닭고기와 시금치, 계란 및 토마토 스프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KFC 같은 업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중국식 메뉴를 개발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러한 메뉴들은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International Flavors & Fragrances (IFF)의 중국 Shanghai 사무소에 있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새로운 맛과 향을 개발, 매주 80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반영,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고심하는 많은 서구 업체들의 가장 좋은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시장에 귀리로 만든 유아식을 도입하려던 Heinz는 중국인들이 귀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유아식 역할을 하던 뱅어포에 친숙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Heinz 측은 뱅어포로 만든 오트밀 유아식을 시장에 내놓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 전통의 맛과 향을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양의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맛과 향을 개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Frito-Lay은 “시원한 레몬 맛” 포테이토 칩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들은 포테이토 칩과 같은 튀긴 음식을 “열”과 연결시킨다. 한방에 의하면 열이 많은 음식은 체내에 들어가 열을 일으키게 되므로 특히 여름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으로 인식된다.

Frito-Lay 측은 여름시장을 겨냥 “열”을 상쇄할 수 있는, 즉 음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시원한 레몬 맛” 포테이토 칩을 출시했으며, 2004년 여름에는 “시원한 오이 맛” 포테이토 칩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 소비자들이 값비싼 샴푸와 비누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느끼는 일정 정도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중국 전통의 맛과 향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많은 목욕용품이 인삼을 포함한 중국 전통의 약초 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외국산 샴푸에서 익숙한 향을 느끼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뿐 아니라 비싼 가격을 선뜻 지불하고 구입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P&G의 광고를 담당하는 Leo Burnett 측에 의하면 샴푸는 아직도 보통의 중국인들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재료를 사용한 제품의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2003년 P&G는 인삼이 들어간 샴푸를 출시했다. 인삼이 치유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삼을 사용한 샴푸는 머리를 윤기나게 한다고 믿는 중국인들 사이에 이 제품은 인기가 높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향을 쓰더라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소비자들은 너무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Unilever측은 자사 제품인 Lipton 홍차 음료수의 설탕량을 줄였으며 Coca-Cola 측도 Diet Coke의 맛을 달지 않은 Coke Light 맛으로 바꿔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소비자들은 딸기 등 음식냄새가 나는 비누를 선호하지 않는다. 최근, 프랑스의 L´Oreal은 Maybelline 립스틱 라인을 위해 각종 향을 테스트하였고 그 결과 중국인들은 향이 없는 립스틱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친숙한 맛과 향이라 하더라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알로에가 들어간 음료수가 소화를 돕는다고 생각하며 이를 즐긴다. 그러나 실제로 IFF가 알로에 맛을 첨가한 제품을 테스트했을 때, 중국인들은 알로에 맛보다 디저트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리치 맛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Far Eastern Economic Review /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