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진열된 수많은 페트병 청량음료. 그 중에서 구매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음료의 맛이지만 라벨이나 용기 디자인 등도 소비자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종이 라벨이 사용된 적도 있었는데, 젖으면 흐물흐물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슈링크 필름이라는 특수 필름이 페트병 라벨로 사용되고 있다. 이 슈링크 필름은 아사히(旭)化成케미칼즈(2003년 10월 아사히화성에서 분사)가 고객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새로운 수요 개척 필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가가 생존의 열쇠가 되고 있다. 규모로 승리하는 구미계 대기업과 싼 원료를 확보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 경쟁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객과 같이 개발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아사히화성케미칼즈 후지하라(藤原) 부사장은 생각하고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슈링크 필름이다.

슈링크 필름이 등장하기 전까지 라벨 업체들은 색 표현이 잘 되고 내구성도 뛰어난 라벨을 원하는 음료 업체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었다. 그래서 아사히화성은 라벨 업체와 공동 작업에 들어갔고 스티렌 계열의 투명수지를 원료로 슈링크 필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사히화성케미칼즈는 고객사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영업전선에 기술자를 파견하고 있다. “기술자는 연구소에 처박혀 있어서는 안 되고 고객이 개발의 현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후지하라 사장은 강조한다.

힘이 없으면 상대해 주지 않아

고객과의 공동 개발로 탄생한 성과는 이 외에도 많아, 휴대전화 등의 금속 도장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페스트 등 히트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동 개발을 원하는 고객사들도 “아무나 개발 파트너로 삼지 않는다.”고 미쓰이(三井)화학의 나카니시(中西) 사장은 지적한다.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는 것 외에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술과 소재를 얼마나 많이 갖추고 있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나카니시 사장은 말한다.

범용 제품에서 경쟁 심화

최근 스미토모(住友)화학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국영 기업과 공동으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설립 계획을 밝힘에 따라 경쟁 기업들은 전략 수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스미토모화학공업의 계획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실현되면 저렴한 원료로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해 세계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쟁 기업은 지금까지 수익원이었던 범용 제품에서 더욱 힘겨운 가격 경쟁에 부딪혀 고부가가치 제품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고객과의 공동 개발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