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캔에 들어있는 와인과 날씬한 알루미늄 병에 들어있는 맥주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몇몇 주류 업체는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하고자 오랫동안 지켜온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해 전혀 새로운 용기에 맥주와 와인을 담기 시작했다.

Pittsburgh Brewing Co,의 알루미늄병을 적용한 Iron City Beer

Pittsburgh Brewing Co,에서는 Iron City Beer 제품을 목이 긴 12온스 알루미늄 병에 담을 계획이다. 소비자의 눈에 띄도록 하여 수입 맥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알루미늄 병을 도입하기 위해 동사는 30만 달러나 투자했다.

금년 초여름 경 Francis Ford Coppola의 Niebaum-Coppola Estate Winery는 핑크색 캔에 담은 스파클링 와인 Sofia Blanc de Blancs를 출시했다. 6.4온스 4개들이 1팩에 20달러이다.

이 와인캔에는 미니 빨대도 붙어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캔과 화학반응하지 않고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알루미늄 캔 내부에 폴리머 코팅을 했다. 캔에 담긴 와인은 운반이 쉬울 뿐 아니라 더 빨리 차가와지고 다 마신후 빈캔은 찌그러뜨려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iebaum-Coppola Estate Winery의 Sofia Blanc de Blancs

와인을 캔에 담는 것에 대해 혹자는 와인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텔과 항공사들도 캔와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캔와인은 보트나 하이킹에도 가지고 가기가 쉬우며, 병음료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스포츠 경기에도 캔음료는 가져갈 수 있으므로 와인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산업에서 새로운 포장법은 편리함을 도모한 것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 포장업체 Ball Corp.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포장은 브랜드 차별화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동사는 본래 병 포장을 전문생산했으나 지금은 금속 및 플라스틱 제품도 취급한다.

Heineken NV는 오랫동안 녹색 유리병 맥주로 브랜드를 각인시켜왔지만 얼마전부터 맥주통처럼 생긴 알루미늄캔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Anheuser-Busch Cos.도 Michelob, Michelob Light, Anheuser World Select 등의 고급 맥주를 알루미늄 병에 담을 것이라고 한다. 동사는 시범적으로 이번 가을부터 바와 클럽,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Heineken의 맥주통 모양 알루미늄캔 맥주

주류 포장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부분적으로 알루미늄캔 제조업체들 때문이기도 하다. 유리병에 대한 대안으로 저렴한 알루미늄을 사용하라고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맥주나 와인을 캔에 담을 때는 알루미늄이 두껍고 생산 공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유리병에 담는 것이나 가격차이는 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비쌀 때도 있다.

하지만 주류업체들은 제품차별화를 위해 기꺼이 알루미늄캔을 선택한다. Iron City를 알루미늄 병에 담는 것은 유리병에 담을 때보다 비용이 두 배나 더 든다. 하지만 독특한 제품 모양으로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Coppola 같은 와인업체도 알루미늄캔을 도입했으나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맥주 업체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와인은 와인다운 멋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전문 와인 연구 프로그램 관계자는 Sofia Blanc이 재미와 편리를 줄 수는 있겠지만 아무도 와인 장식장에 넣어 진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The Wall Street Journal /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