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홍윤길(67·부산 연제구 연산동)씨는 음료수 제품을 이용할 때 짜증이 난다. 캔이나 병의 마개를 열기가 어렵기 때문. 단단히 죄어진 페트병 마개는 아예 손을 못댄다. "노인들도 병을 쉽게 열 수 있는 만능 따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소박한 소망이다.

비단 홍씨뿐 아니라 노년층의 공통된 얘기다. "모든 생활용품이 노년층에 대한 고려없이 만들어져 있다. 늙은이는 소비자가 아니냐" "노인권익, 권익하지만 이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어르신들의 불편을 풀어줄 단초가 나왔다.

올해부터 부산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되는 ´유니버설디자인(UD) 기반구축 사업´이 그것이다. UD는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 모든 연령·능력의 사람들이 불편없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공용성이 강조된 복지 선진국형 디자인.

기존 신체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용품과도 구별된다. 이 구축사업의 심장부는 경성대에 설립될 유니버설디지인연구센터. 향후 3년간 산업자원부 및 부산시로부터 24억원을 지원받는다.

센터 총괄책임자인 이호숭(디지털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UD상품이 활성화돼 있는 데 비해 국내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라며 "수요조사를 거쳐 우선 일상 생활용품 중심으로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쉽게 꼽고 뽑는 전기코드를 비롯해 스위치, 전화기, 노래반주기, 실버용 신발, 각종 용기 등 UD 상품화는 무궁무진하다. 이 센터는 올해 데이터베이스·인프라 구축과 기초 연구에 이어 내년부터 디자인 및 제품을 개발해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또 센터에 체험관도 설치해 운영한다. 사업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비롯해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부산 동구노인종합복지관, 한국소비자연맹 부산시회 등 11개 기관·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 및 경제성과 관련해 이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노년층이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수요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