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회사 프리토레이(Frito-Lay)의 R&D팀은 인기상품인 Tostitos와 Doritos 옥수수칩에 영양가를 더한 새로운 버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야채맛 칩과 브로콜리 맛을 첨가한 포테이토칩도 연구중이다.

프리토레이의 이 같은 노력은 “건강” 상품에서 신상품 판매수익의 50%를 끌어내겠다는 모기업 PepsiCo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설탕이 가미된 음료수와 기름진 스낵들로 유명한 PepsiCo가 제품 개발의 초점을 맛보다 건강에 맞추고 있는 것은 미국 식품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PepsiCo 이외에도 포장식품을 판매하는 Kraft, Unilever, Nestle, HJ Heinz 등의 업체들도 설탕, 지방, 소금, 칼로리,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패스트푸트 기업인 McDonald´s, Burger King, Wendy´s도 버거와 함께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식품 업계는 당뇨, 심장병, 고혈압 등을 일으키는 비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이에 발맞춰 제품의 맛과 제조방식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 3명 가운데 2명이 과체중이고 그 중 한명은 비만이며, 이 같은 상황은 유럽 국가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전세계적으로 과체중 인구가 10억명, 비만인구는 3억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식품의약국은 2006년부터 모든 식품업계가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영양성분 표시 라벨에 명시하도록 규정했으며, 영국 보건부도 설탕, 소금 및 지방 함유량을 줄이도록 식품 제조업체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전세계적인 웰빙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PepsiCo의 Steve Reinemund 회장은 건강식품이 잠재력이 큰 훌륭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며, 자사는 이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식품 업체들은 제품의 영양을 개선하고 유기농 및 자연식품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건강과 맛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먹지 않기 때문에 식품의 맛과 모양을 그래도 유지하면서 지방과 설탕 함유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설탕 대용으로 저칼로리 감미료와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쓴다해도 설탕과 유사한 맛을 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며, 이는 코카콜라나 펩시의 다이어트 버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프리토레이는 대두유를 사용함으로써 스낵에 사용되는 기름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여기에는 총 5,7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됐다. McDonald´s도 프렌치프라이에서 트랜스지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아직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Kraft의 경우, 지방 함유량을 낮춘 새로운 오레오스(Oreos) 버전을 내놓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직 기존 제품의 지방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소금 함유량을 낮추는 것도 식품 업계에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소금의 맛과 방부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Unilever는 허브를 사용해 소금의 효과를 내는데 성공했고, Heinz도 영국에서 인스턴트 스프와 콩요리 제품의 소금 함유량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식품업체들은 또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통 많은 양을 담고 있는 수퍼사이즈(super-size)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비만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Kraft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제품의 포장 사이즈를 다양하게 하고, 혼돈을 막기 위해 그게 맞추어 사이즈별로 영양성분 표시 라벨을 부착할 계획이다.

미국 식품업계의 총 공급량은 현재 1인당 하루 평균 3,900칼로리로, 1970년 3,300칼로리에서 대폭 증가했다. 이 같은 공급량은 버려지는 식품의 양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남성의 경우 필요량보다 50%, 여성의 경우는 2배나 많다. 전문가들은 과잉공급 외에도 미국인들이 식품의 질보다 양이나 편리성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들은 소비자의 미각에 맞는 건강식품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연구진들은 과일과 야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학물질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를 첨가해 가공식품의 맛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또 미네소타 대학 연구부는 세 가지 발효제를 섞어 지방 함유량을 낮춘 체더치즈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공학 업체인 Linguagen은 식품 성분 중에 쓴맛을 내는 물질의 생성을 막는 혼합물을 발견했다. 동사는 이 혼합물이 가공식품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소금과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inancial Times/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