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비합리적인 환경규제 때문에 1회 용기 제조업체와 도시락업체가 도산위기에 몰렸다.” “국토계획법 제정과 함께 규제가 크게 강화돼 공장 신·증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11일 “시대에 뒤떨어져 기업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의 규제뿐 아니라 최근 국토보전, 환경보호, 산업안전 등의 명분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들도 기업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219건의 규제 개혁과제를 규제개혁기획단에 제출했다.

건의서를 보면 실효성도 없이 불편만 주는 ‘규제를 위한 규제’, 형평에 어긋나는 규제,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해외 여행에서 쓰고 남은 소액의 외화를 우리 돈으로 바꿀 때도 실명을 확인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원화기준 1백만원 이하의 소액 외환거래 정도는 실명확인을 생략해 고객의 불편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컴퓨터 단말기를 설치할 때 의자는 물론 책상에도 높낮이 조절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실상과 동떨어진 규제로 꼽았다.

차량 높이를 일률적으로 4ｍ 이하로 제한하는 도로법 규정도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표준규격의 컨테이너를 싣는 경우 차량 높이가 4.35ｍ에 이르러 도로법 위반으로 차주 및 운송업자들이 50만원의 벌금을 물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또 업무특성상 도로변에 정차할 수밖에 없는 택배차량에 대해 7만원의 범칙금을 물리는 반면 우체국 택배는 공무수행과 관련이 없을 때도 단속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규제’로 지적된다.

경제 5단체는 합성수지 용기를 1회용품 사용억제 및 무상제공 금지대상으로 지정함에 따라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 350곳이 도산 상태에 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도 합성수지 용기는 규제하지 않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국토계획법이 시행됨에 따라 1만㎡ 이상 공장을 지을 때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규정도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는 규제로 꼽혔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를 분양할 때 물류시설에 대해서는 공장용지보다 1.5~4.6배 높은 감정평가액으로 분양하는 것은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로 분류됐다. 창고·화물터미널·집배송단지 등 물류시설은 제조업을 지원하는 성격이어서 제조업과 차별할 이유가 없는 만큼 동일한 분양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