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넨셜뉴스)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등 현실을 무시한 각종 환경규제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굴뚝자동측정감시체계(TMS)의 경우 정부가 고가의 장비 수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국산품에 부과되는 환경부담금이 수입품에 비해 더 커 국내기업이 오히려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 역차별 사례도 있다.

대기업 컴퓨터 생산업체 관계자는 28일 “중고 모니터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재활용 의무량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정한 재활용 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중고 컴퓨터 판매점을 통해 본체와 모니터를 재구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고 전자제품을 수출할 경우 재활용 의무량에 포함되도록 재활용촉진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적용 대상이 되는 휴대폰의 경우 수거 의무를 놓고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업계가 대립하고 있어 아직 수거 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국내 기술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환경규제도 큰 문제다. TMS의 경우 대형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2815곳이 TMS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TMS 장비가 설치된 곳은 317개 사업장에 불과하다.

정부가 1회용품 사용억제 및 무상제공 금지대상 품목을 합성수지 용기까지 확대해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 350곳을 도산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 국내산 고기능성 합성수지에는 중량별로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면서 수입산에는 수입금의 일정부문을 부과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필요는 하지만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환경비용이 들수록 제품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2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악취방지법 역시 아직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못한데다 직접 냄새를 맡아 악취 유무를 판단하는 등 주관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주현 연구원은 “정부의 환경정책이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며 “대안 없이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통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도록 시장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최대한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과 질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