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전남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상표가 소비자조차 혼란스러운 712개(2003년말 기준)나 된다. 농산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상품을 ‘브랜드’화하고 홍보를 통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지만 상표가 너무 많다 보니 도시 소비자는 물론 지역민들도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인 조차 모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국 봇물을 이룬 상표가 판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전남 농산물의 브랜드 현황 = 전남도 농산물의 브랜드는 쌀 320개, 가공식품류 108개, 과실류 67개, 과채류 72개, 축산 49개, 채소 28개, 화훼류 6개, 특작류 33개, 임산류 6개 등 모두 712개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221개나 늘어난 것으로 브랜드가 넘쳐나고 있다. 이가운데 공동브랜드는 식량작물 15개, 과실류 6개, 축산물 5개 등 60개 뿐이고 나머지는 개별브랜드다.

이처럼 전남산 농산물의 상표가 넘쳐나는 것은 개별농가와 업체들이 너나없이 인터넷에 심볼 위주의 브랜드를 올려 판매에 나선데다 자치단체와 농협, 종합미곡처리장까지 경쟁적으로 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 = 농산물 상표를 줄여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농가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품질이 고르고 규격에 맞는 상품의 지속적인 생산·공급으로 포장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소농·다품목 생산체제로 지속적인 물량공급이 어렵고 품질차이가 커 규격화가 곤란하다. 특히 공동브랜드의 인식이 부족해 고품질은 개별브랜드로, 저품질은 공동브랜드로 출하하는 경우까지 있다. 또 유통과정중 부패·감모율이 적은 과실류는 포장 및 브랜드화가 쉬우나 유통량이 많은 무·배추 등 채소류는 포장화가 쉽지 않다.

이밖에 개발한 브랜드를 상표등록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풍광수토’ 처럼 전남 쌀의 공동브랜드를 개발한 후 사후관리 미흡으로 이미지가 떨어져 외면당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대책=전남도는 추곡수매가 내년부터 사실상 중단되는데다 쌀 시장개방도 피할 수 없어 농산물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농산물 판매확대를 위해 공동브랜드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브랜드의 공동화를 위해 포장 및 디자인비 지원, 도지사 품질인증제와 지리적 표시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부정유통 방지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 주기적으로 브랜드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쌀은 시·군당 1~2개로 통합해 고가브랜드 육성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이와함께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포장·등급을 규격화해 출하하고 판매망의 다변화와 백화점 등 고가매장의 입점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