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 지난달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 박모씨(35)는 라면봉지를 따로 모아서 집 밖에 내놓으려 했다가 비닐은 분리수거하지 않는다는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 박씨는 “관리실에서 쓰레기 수거 위탁업체에서 비닐을 따로 수거해가지 않기 때문에 비닐은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송모씨(30)는 최근 “동네 쓰레기 수거함 중에 비닐만을 따로 모으는 수거함이 없어서 비닐 쓰레기들을 페트병을 모으는 곳에 버려야 하는지, 플라스틱을 모으는 곳에 버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그때그때 적당한 곳에다 버리고는 있지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닐을 제대로 분리수거하지 않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때문에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라면봉지 같은 비닐 쓰레기도 지난해부터 시행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각 지자체가 분리수거하는 게 원칙. 하지만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 비닐을 분리수거해가지 않거나 비닐 수거함을 따로 두지 않아 시민들이 환경부 홈페이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도 민원을 올린 박씨는 “비닐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오히려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라고 불평했다. 박씨는 또 “심지어 어떤 아파트 관리인들은 비닐 쓰레기가 분리수거하는 종류의 쓰레기라는 것조차 잘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라면봉지나 비닐봉지 등 비닐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것들은 플라스틱에 해당된다. 포장용 비닐 위에는 ‘재활용’을 뜻하는 삼각형 모양의 안내표시도 있다. 따라서 동네 쓰레기 수거함에 비닐 수거함이 따로 없으면 플라스틱 수거함에 비닐 쓰레기들을 버리면 된다.

이와 관련해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 유해폐기물관리팀장은 “비닐 쓰레기들이 전체 일반쓰레기 배출량 가운데 10~15%를 차지하고 있다”며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비닐을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플라스틱 수거함에 비닐 쓰레기들을 버려도 되긴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특히 비닐 수거함을 따로 마련해 비닐 쓰레기의 분리수거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페트병도 플라스틱이지만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대개 수거함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비닐 쓰레기를 버릴 때에는 비닐에 붙어있는 이물질들을 잘 제거해 바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뒤 내놓아야 한다. 포장용 비닐은 안에 있는 내용물을 비워내고 물로 한 번 헹군 다음 버려야 한다. 또 가능한 한 압축해서 부피를 줄이고 여러 개를 한데 묶어 내놓는 것이 좋다. 비닐 위의 상표나 재질이 다른 뚜껑 따위는 떼어내 따로 버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