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넨셜뉴스) 지난 2003년부터 본격 시행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기업)에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재활용의무량을 이행하지 못하는 생산자는 폐기물의 회수?재활용비용의 최고 1.3배에 달하는 재활용부과금을 부담해야 한다.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에 부과해 불이익을 줌으로써 재활용의무 이행을 촉진토록 하고 있다.

올해는 휴대폰 단말기(전지, 충전기 포함)와 오디오가 EPR에 적용되고 2006년에는 프린터, 복사기, 팩시밀리 등이 포함된다.

◇직접적인 재활용의무 부과 = EPR은 가전제품, 포장재 등의 생산자에게 폐기물의 사회적 책임을 직접 부담시킨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2년부터 실시된 ‘폐기물예치금제도’를 통해 제조업자에게 재활용 비용을 부담시키던 것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실제로 폐기물예치금제는 제조업자에 많은 부담을 물리면서도 재활용 실적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2002년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폐기물예치금제를 EPR로 대체했다.

정부에 일정 비용을 예치한 후 재활용 실적에 따라 반환받는 간접적 규제방식에서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량을 부여해 관리토록 하는 직접적 규제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EPR 시행후 생산자는 재활용공장을 별도로 만들어 직접 운영하거나 재활용사업자에게 위탁 또는 재활용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내고 재활용을 위탁하는 등의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재활용해야 한다.

시행 첫해인 2003년에는 타이어, 윤활유, 전지류(수은전지·산화은전지·니카드전지·리튬전지), 전자제품(텔레비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개인용컴퓨터), 포장재(종이팩, 유리병, 금속캔, 필림류를 제외한 합성수지재질 포장재), 형광등 등 총 15개 품목이 EPR 대상이 됐다. 또 지난해에는 형광등과 라면봉지, 과자봉지 등 필름형 합성수지재질포장재가 재활용 의무대상에 포함됐다.

◇의무재활용 품목의 확대 = 올들어 전지와 충전기를 포함한 휴대폰 단말기, 오디오가 EPR 품목에 포함됐다. 또 내년에는 복사기, 프린터, 팩시밀리 등이 EPR 적용을 받게 된다.

휴대폰의 경우 폐휴대폰 발생량이 급격히 늘고 있어 휴대폰 제조업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2002년에 발생된 폐휴대폰은 1300만대로 이 가운데 400만대만이 회수됐을 뿐이다. 나머지 900만대는 가정에 방치되거나 소각·매립되는 방법으로 폐기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의 인쇄회로기판에는 금, 은, 팔라듐, 로듐 등의 귀금속이 들어있고 배터리에는 고가금속인 코발트가 상당수준 포함돼 있어 회수·재활용할 경우 경제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다 납, 카드뮴, 베릴륨 등 유해금속이 포함돼 있어 일반 종량제 봉투를 통해 소각·매립할 때에는 환경파괴 영향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수원시를 대상으로 폐휴대폰의 효율적 회수 및 재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회수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휴대폰 재활용의무율을 출고량의 11.9%로 고시했다.

◇회수체계 구축이 EPR 성공의 열쇠 = EPR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회수시스템이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회수시스템 구축은 생산자, 소비자,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이루는 것이다.

즉 생산자는 폐전자제품을 회수하고 포장재에 대한 분리배출 표시를 부착해야 하는 등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소비자는 재활용의무대상 제품과 포장재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일반쓰레기와 별도로 분리배출하고 지자체는 분리수거함 설치, 인력, 차량, 집하장 등의 분리수거 기반 구축을 맡게 된다.

그러나 전자제품 품목을 제외하고는 이같은 역할분담이 원할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포장재와 형광등은 재활용의무량를 채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장재는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형광등은 형광등 가격에 비해 재활용비용이 너무 많아 경영압박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과는 달리 단독주택의 경우 분리수거함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분리수거 기반이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한국자원재생공사 김상원 팀장은 “생산자, 소비자, 지자체, 정부가 4박자를 맞춘다면 EPR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