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매장에서 마시겠다는데도 무조건 환경부담금을 내라니….”

최근 서울 명동의 한 도넛 가게에서 도넛과 커피를 주문한 장모(29)씨는 음식가격이 예상보다 더 나오자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점원이 1회용 컵 사용에 따른 환경부담금 50원을 추가한 것.

매장 밖으로 음식을 가지고 나갈 때에만 환경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장씨는 “매장에서 먹고 갈 테니 환경부담금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점원은 매장입구에 설치된 기계를 가리키며 “나갈 때 기계버튼을 누르면 50원이 나온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장씨는 “어차피 돌려줄 돈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불평했다.

2002년 10월 정부와 테이크아웃(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업체 간 맺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이 겉돌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다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1회용품 사용을 고집하는가 하면 고객이 매장 내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에도 1회용품을 주고 나갈 때 환경부담금을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매장 밖으로 음식을 가지고 나가는 고객이 많아 1회용품 사용이 일반적이며, 90% 이상을 회수할 경우 예외적으로 1회용품 사용이 허용돼 있다. 또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고객에게 ‘보증금’ 50∼100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서울 삼성동 커피전문점에 들른 채모(26·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채씨는 점원이 환경부담금을 요구하자 5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한다. 매장을 빠져나올 때 종이컵을 무심코 휴지통에 버린 그는 “‘환불받으라’는 직원의 말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환경부담금은 23억4500만원. 업체들은 이 돈을 이용해 장바구니나 휴지 등을 만들어 고객에게 환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업체들이 매장에서 다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위생 차원에서 무조건 1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맺은 만큼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