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들이 세제, 방향제 등을 열어보는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실험에서 어린이들은 어린이 보호 마개를 적용한 제품은 쉽게 열지 못하는 반면 이를 적용하지 않은 세제 등의 마개는 몇 초도 되지 않아 쉽게 열었다.

어린이보호포장 적용 제품을 열어 보려하는 시험 참여 어린이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어린이 보호포장 적용의무화를 앞두고 시중에 유통되는 5개의 가정용 화학제품 포장용기에 대해 어린이가 직접 참여하여 안전성 및 실효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어린이 참여 시험은 지난 3월말부터 실시되어 이달 중순까지 전국 대도시, 중소도시 및 군단위 지역의 26개 어린이집 등과 공동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시험에 참가하는 어린이는 실제 사고를 많이 당할 수 있는 42개월에서 51개월 사이의 유아들로 포장종류별로 200명씩, 총 5개 시험대상 포장용기에 대해 1,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보호포장 의무화 제도는 가정용 화학생활용품의 어린이 중독사고 예방을 위해 성인이 개봉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만 5세 미만의 어린이가 일정 시간내에 개봉하기 어렵게 설계·고안된 포장·용기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올해 10월부터 적용되는 대상품목은 방향제, 세정제, 접착제, 얼룩제거제, 광택제, 부동액, 자동차용 앞면창 유리세정액 등 6개 품목이다.

시험에 참가 어린이들은 어린이보호포장 적용 제품은 열지 못했지만(상), 일반용기는 몇초만에 쉽게 열었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75%정도 진행된 시험결과 어린이 보호포장 형태가 아닌 일반용기에 대해서는 시험참가 어린이의 대부분이 몇 초내에 뚜껑을 여는 반면에 어린이 보호포장 형태의 용기는 규정된 시간인 처음 5분, 개봉방법 시범후 5분내에 뚜껑을 여는 어린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험결과를 통해 어린이 보호포장 의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가정에서 화학생활용품으로부터 어린이의 안전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어린이 보호포장의 안전성 요건은 어린이 200명으로 모집단을 구성하여 포장을 개봉하게 할 때, 시험에 참가한 어린이의 85% 이상이 5분 내에 포장을 개봉할 수 없어야 하며, 개봉하지 못한 어린이에게 개봉 방법을 시범 후에도 80% 이상이 5분 내에 개봉할 수 없어야 한다. 반면, 성인 100명으로 모집단을 구성하여 포장을 개봉하게 할 때 개봉방법에 대한 시범이 없어도 90% 이상의 성인은 개봉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 보호포장으로서 대표적인 형태는 마개로 위에서 누르면서 돌리거나(push down & turn cap), 양옆에서 누르면서 돌려야 열리는 형태로 이들 포장용기의 경우 이번 시험에 참가한 대부분의 어린이가 열지 못하고 있어 어린이 보호포장으로서의 안전요건을 충족하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들 형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열기 힘들어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용기의 경우 시험 도중 용기 뚜껑이 훼손되어 일반적인 용기로서의 성능으로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에 사용된 제품 중 한 개의 포장 용기만이 어린이 보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성능까지 충족하고 있었다.

반면 시험대상 스프레이 캡 포장용기는 개봉 시범 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개봉하여 별도의 안전장치가 추가되지 않으면 어린이 보호포장으로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용기는 여는 방법에 대한 시범 없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쉽게 뚜껑을 열어 어린이 보호포장으로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표준원은 오는 4월말경 제조자, 수입자, 소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의견 수렴한 후 어린이 보호포장 안전기준을 최종 확정 고시하여 금년 10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시험결과를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홍순우 기자/kip@pack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