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식품마케팅 전시회에 등장한 수천가지의 새로운 제품으로 판단해 볼때, 포장식품 제조업자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수퍼마켓유통 이벤트중의 하나인 이번 전시회에 소규모의 가족경영회사에서부터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백개의 회사들이 유통업체 임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들의 제품을 진열해 놓았다.

그러나 식품산업은 혁신능력에서 뒤지고 있다. 식품회사들의 혁신성 부족으로 인해 수퍼마켓 자체 상표(PB)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식품부문에서 더욱 그러하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세계 포장식품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조 4천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건강과 웰빙”부문이 가장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유기농식품, 기능성식품, 건강식품(설탕, 소금, 탄수화물 등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 등이 포함된다.

컨설팅회사인 Bain의 연구에 따르면, 1997-2000년중 혁신적인 제품 수에서 식음료 분야가 다른 주요한 소비재 시장인 퍼스널캐어 용품(면도기, 치약 등)부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역전되었다.

과거 한때 가장 혁신적인 퍼스널캐어 용품이 판매 첫해에 1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던 반면, 가장 참신한 식품은 평균 1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식품분야 신제품 가운데 최고 제품의 판매 첫 해 매출액이 1억 2천만 달러로 하락한 반면, 퍼스널캐어 용품의 매출은 1억 5천만 달러로 치솟았다.

소비재 상품의 매출을 늘리는 데에 있어서는 혁신성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유통업체의 자체 상표와 경쟁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Bain의 북미소비자-상품 관행의 수석연구원인 John Blasberg가 지적하였다.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같은 대형 수퍼체인들이 소비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2003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유통점 고유상표의 판매비중이 16.5%를 차지하고 있으며, 퍼스널캐어 부문에서도 11.9%를 차지하고 있다고 Bain사가 밝혔다.

유럽시장에서 포장식품 부문 특히, 조리식품(ready meal)의 유통점 고유상표 점유율은 20%를 상회한다.

식품분야의 신제품 대부분은 현재 Crest사의 치아미백제인 Whitstrip과 같이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바닐라맛 콜라와 같이 기존의 제품 맛에 변화를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Bain사는 식품회사들이 연구개발에 보다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Bain의 연구결과 퍼스널캐어 회사들은 매출액의 2.6%를 평균적으로 R&D에 투자하고 있으나, 식음료 회사들은 단지 1.6%만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Blasberg 연구원은 또한 식품회사들은 신제품 출시 기간을 지금보다 더 앞당겨야 하며, 수요가 없어졌을 경우 시장에서의 퇴출도 더 신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탄수화물 식품에 대한 포장식품업계의 대응이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른 최근에서야 많은 유수의 브랜드들이 저탄수화물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2년전 故Rober Atkins가 판촉하던 유명인의 이름이 들어간 저탄수화물 식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계란과 스테이크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빵과 파스타 등의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의 매출은 둔화되었다.

이러한 유행이 일시적이던, 장기적인 추세이던 간에 만약 식품회사들이 보다 신속히 대응했다면 이들 식품회사에 커다란 시장기회를 제공하였을 것이다. 2004년중 새로운 저탄수화물 식품의 숫자는 500여개에서 5,000개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 해 미국 내에서의 매출액은 20억 달러를 상회하였다. 그러나 가을부터 시장이 돌아서기 시작하였다. 업계 얘기로는 저탄수화물 식품의 인기는 끝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팔리지 않은 저탄수화물 스낵과 식품은 노숙자들에게 자선용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Atkins 박사의 사업체인 AtkinsNutritionals사의 영국 법인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바 있다.

많은 식품회사들은 저탄수화물 식품의 시장기회가 단기에 그친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나, 유로모니터의 건강 및 웰빙 상품분야 연구매니저인 Christiana Benkouider은 결코 그렇게 짧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장에 신상품을 서둘러 출시하는 와중에서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Atkins Nutritionals사의 수석마케팅 임원인 Matt Wiant는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상품들이 바로 시장에 타격을 가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영국 법인의 실패는 운영미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저탄수화물 식품이 건강식품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확신하였다.
그가 옳건 그르건 간에 장래의 혁신은 점점 더 소규모의 기업들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기업들이 유기농 식품의 개발을 이끌어왔다고 Bain사는 지적하였다. 유기농 식품은 포장식품 부문에서 오랜 기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다.

건강상품관련 투자전문회사인 Health Business Partners의 Roy Bingham은 대기업들은 혁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소기업들을 찾아내어 이들 기업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가 지적한 바와 같이 대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것으로 알려진 신상품이 건강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간의 매출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변덕과 유행의 차이를 인식해야만 한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건강메뉴를 선보이고 있고, 정부 당국에서도 비만에 대해 점차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건강식품은 분명히 유행으로 보인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