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캔 생산업체인 제관업계가 소재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 낮은 가동률 등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파른 소재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겪고 있는 채산성 악화는 업계를 부도위기에 내모는 등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제관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철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관사들의 판매수량은 6,355백만관으로서 2003년 대비 0.3%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경영성적은 대형 제관사들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전체 제관사의 영업이익이 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6월 현재 국내 제관업체수는 약 50여개사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제관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원자재 메이커와 금속캔을 사용하는 원청업체 틈바구니에 끼어 원가 상승분을 제관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 감소로 인한 낮은 가동률도 이 같은 제관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캔 소재로 사용되는 석도강판의 경우 지난 2004년 3번의 가격인상이 있었으며 올해 4월에도 가격이 인상되는 등 1년여 동안 4차례나 인상되었다. 2004년 2월 톤당 745,800이던 석도강판 가격이 2005년 4월에는 983,700원에 달하는 등 이 기간동안의 인상률이 무려 31.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관사들의 원청업체인 식․음료업체나 페인트, 장류 등의 필러업체에서는 인상된 가격에 대한 납품가격 인상의 60%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잉크 등 부자재와 물류비까지 덩달아 오른 점을 감안해 보면 소재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압박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관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관업계는 영리를 위한 가동을 하기보다 생존을 위한 가동을 하고 있다며 납품가격은 일방적으로 필러업체에 의해 결정되고 끌려갈 수 밖에 없어 이제는 더 물러날 곳이 없는 생존권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감소와 업체간 과당경쟁까지 재연되면서 현재 제관업계의 가동률은 60%를 밑돌고 있다. 올 들어 중견 제관사 2개사가 부도가 난 것은 이러한 제관업계의 어려운 현실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재메이커나 필러사의 배려가 없는 한 부도업체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관조합 이철순 이사장은 “현재와 같은 원자재 및 납품가격 구조에서는 적자폭은 더 가파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제품가격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소재가격 및 납품가격의 현실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철순 이사장은 “제관사의 부도는 궁극적으로 석도강판 수요의 감소와 필러업체의 동반부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소재업체와 필러사, 제관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홍순우 기자/ kip@pack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