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사는 전 세계 수많은 가정에서, 그것도 부부용 침실 안의 화장실에서 소리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메이컵과 화장품으로 이 공간을 지배했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영역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성들은 화장실 거울을 함께 쓰고 싶어 한다. 명품 화장품 업체들은 180억 달러에 달하며 매년 25%씩 성장하고 있는 남성 그루밍(groming : 외모 관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보다 포괄절인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남성 전용” 브랜드의 수가 2002년 이래 40% 증가했다.

이러한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의 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일부는 이러한 붐이 인터넷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젊고 건강한 남성이 좋은 직업을 갖게 된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면 남성 패션 스타일에 포커스를 맞춘 잡지가 급증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TV 메이크오버 프로그램과 데이비드 베컴 같은 유명인도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 6년간 국민들이 낸 세금의 1,000파운드 (1,800달러) 이상을 방송용 화장품에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시대가 변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케팅 정보업체인 NPD 그룹의 카렌 그랜트 애널리스트는 “이제 남성을 상징하는 것은 담배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는 문화적인 측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PD에 따르면, 미국 내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의 매출은 2002년부터 24%씩 성장했으며, 2005년에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사실 남성 그루밍 시장의 붐은 모든 남성들이 매일 아침마다 해야하는 ‘면도’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그루밍 제품 가운데 하나가 면도 관련 제품이며, 이것이 다른 스킨케어 제품들로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거의 모든 남성들이 수분공급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업체들은 수분크림에 선스크린 기능을 추가해 패션 제품이라는 이미지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남성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휴고 보스의 남성 그루밍 라인 ‘보스 스킨’은 이미 출시된지 3년 정도가 되었다. ‘보스 스킨‘이 최초의 남성 전용 스킨케어 라인은 아니지만 이 제품들은 휴고보스의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는 데 기여했다.

보스 스킨을 출시한 P&G의 올리비에 카스탈리오는 "남성들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젊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보스 스킨은 8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린징과 면도 제품이 2개씩, 그리고 기본 스킨케어 제품인 수분공급과 피부 트러블 제품이 각각 2개씩 들어 있다. 이 라인은 9월 유럽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며, 6개월 후에는 전 세계로 확대되어 판매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보스 스킨 라인은 오랫동안 남성 스킨케어 제품에서 금기시되었던 향수를 사용했다. 남성용 제품에서 향기가 날 경우 너무 여성적인 느낌을 풍길 수 있다고 인식되어 왔지만 보스는 제품에 향기를 집어넣어 (2분만에 이 향기는 사라진다) 고객들에게 예상 못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카스탈리오는 “향기는 제품의 일부이다. 제품에서 나오는 향기로 인해 얼굴에 바르는 단순한 동작이 보다 특별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는 포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랜트 애널리스트는 “포장지는 깔끔한 라인으로 디자인되어야 하며, 포장지에 적힌 문구는 왜 이 제품이 여성용 제품과 다른지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실버, 블루, 메탈 등의 색상으로 이루어진, 약병 스타일의 심플한 디자인을 말한다. 그랜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여성들이 각기 다른 라인의 다양한 제품을 시도해보는 것과는 달리, 남성들은 한번 브랜드를 인식하면 그것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International Herald Trib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