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과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아 두피와 환경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샴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머리를 빗거나 감을 때마다 한주먹씩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가늘고 손상된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소비자들이 굵고 강하며, 탄력있고 빛나는 건강한 머릿결을 원하고 있다.

머리카락 때문에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다면 한 가지 확실한 해결책이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샴푸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현재 한통에 300파운드를 호가하는 샴푸가 판매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고가 제품들의 판매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오 코퍼레이션의 존 프리에다(John Frieda) 브랜드는 금발, 흑발 등 머리 색깔에 따라 ‘시어 블론드’, ‘브릴리언트 브루넷’ 같이 샴푸를 차별화하여 판매하는데,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이 제품은 영국 프리미엄 시장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로레알이 ‘앞선 기술’을 내세워 선보인 케라스타즈(Kerastase) 트리트먼트 제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다른 업체들을 이 시장에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스킨케어 브랜드인 클리니크는 지난 5월 최초로 샴푸 제품들을 출시했다. 샴푸, 컨디셔너, 리페어 마스크, 무스 등으로 구성된 ‘트루 컬러’ 브랜드는 폴리머, 비타민, 컨디셔너를 사용한 헤어 컬러링 제품을 내세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독일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를리에스 뮐러(Marlies Moller)도 이번달 영국에 진출한다. 주력 아이템은 파시미나, 실크, 오션 실크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한 ‘파시미실크(Pashmisilk) 볼륨‘ 샴푸로, 실리콘이 들어 있지 않은 이 샴푸는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가격은 22파운드.

이러한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은 샴푸라고 하기에는 비싼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렌(Ren)의 모링가 시드 샴푸(16.50파운드), 필립 비(Philip b)의 화이트 트러플 샴푸(39파운드), 프레드릭 페카이의 수분 샴푸(18파운드) 등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피토(Phyto)가 출시한 제품 중 가격대가 가장 높은 피토 스페시픽(18.50파운드)은 건조하고 거친 머릿결을 위해 태어났는데 치료효과도 있다. 동사의 마이클 제이콥스 상무이사는 “프리미엄 샴푸 시장은 더 효과적이고 전문화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세이크리드 락스를 판매하는 루이즈 갤빈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녀는 “샴푸 종류는 너무나도 많다. 나한테 맞는 샴푸를 찾기 위해 여러 제품을 사용해보았는데, 어떤 제품은 거품이 너무 많고 어떤 것은 너무 적었다. 내 머릿결은 과도한 실리콘으로 인해 윤기를 잃게 되었고, 컨디셔너는 머리카락을 더욱 무겁고 기름지게 만들 뿐이었다.

업체들이 머리카락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글리세린보다 값싼 이러한 프로필렌 글리콜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실험 끝에 내 머리카락은 쑥대밭이 되었고, 결국 내가 나서서 제품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이크리드 락스의 샴푸는 22파운드에서 시작된다. 갤빈은 “인공 방향제 대신 아로마세라피 오일을, 방부제 대신 그레이프프루트 오일을 쓰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좋은 성분을 쓰기 때문에 비싼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고객들은 머리가 한줌씩 빠지고 두피가 벗겨진다고 걱정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질이 떨이지기 때문이다. 우리 샴푸를 사용하면 머릿결이 영양을 충분히 받아 윤기가 나게 된다.”고 갤빈은 덧붙였다.

모발학자인 필립 킹슬리는 자신이 출시했던 샴푸, 트리트먼트와 스타일링 제품들을 재구성해 선보였다. 황산염 계면활성제, 색소, 인공 방향제 등을 빼고 UV 보호 기능을 모든 스타일링 제품에 추가한 것이다.

킹슬리는 “여성들은 다른 제품에 비해 샴푸를 자주 바꾼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제품을 시도해보기 때문이다. 샴푸 광고를 보면 모든 기능을 다 갖춘 것처럼 선전하지만 기본적으로 샴푸는 세척제이다. 샴푸로 볼륨감을 살릴 수는 있겠지만 컨디셔너, 두피 토닉, 스타일링 제품들을 같이 사용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샴푸 매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패키징이다. 하비 니콜스 그룹의 다니엘라 리날디는 ‘욕실 선반’을 통해 자신의 지위와 재산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사용하는지, 어떤 제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좋은 와인을 마시고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게 된다. 이는 신발이나 샴푸, 자동차, 핸드백 등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당신의 취향과 지위를 말해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테락스(Terax)의 인기 아이템인 “크레마”는 헐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 기네스 펠트로, 리사 쿠드로 등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 샴푸는 특수 프로테인을 사용해 머리카락의 pH 레벨을 조정하며, 이를 통해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모세혈관 섬유에 흡수되도록 한다. 이러한 기능 뿐 아니라 이 제품의 특징인 흰색 병과 심플한 문구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