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에서는 맥주의 인기가 높다. 특히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러시아인들이 맥주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전통적인 러시아 술 보드카 소비량이 정체되어 있는 반면, 맥주 소비량은 추후 수 년 간 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은 서유럽과 미국 등 성숙한 시장에서 맥주 소비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대조된다. 2004년 8억 1,400백만 헥토리터(100리터)를 소비한 러시아는 현재 세계 5위의 맥주 시장이며 유럽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가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일인당 맥주 소비량은 57.6 리터로 서유럽의 70 리터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서유럽의 대형 맥주업체들은 러시아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 중 앞장서고 있는 업체는 영국의 Scottish & Newcastle PLC와 덴마크의 Carlsberg가 합작한 Baltic Beverages Holdings이다. 이미 Baltic은 러시아 시장에 10개의 맥주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도 판매량 기준 34.6%에 달한다.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업체는 InBev의 자회사인 Sun Interbrew로 시장점유율은 17.2%이다. 시장점유율 14%의 Heineken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러시아 브랜드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서로 유사한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즉 Baltic의 Carlsberg와 Heineken 그리고 InBev의 Stella Artois 등 세계적인 브랜드도 출시하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러시아 브랜드에 대한 강조는 러시아 국내 맥주 공장의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맥주업체인 InBev는 2005년 7월 러시아의 맥주공장인 Tinkoff를 1억 6,700만 파운드에 인수했다.

InBev측은 추후에도 맥주 공장의 인수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에는 아직도 많은 맥주 생산 공장들이 산재하고 있으며 인수는 개별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InBev측은 말한다.

Heineken도 러시아 맥주공장 인수에 나서고 있다. 2005년 8월 Heineken은 Ivan Taranov 맥주공장을 인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Heineken은 러시아를 주요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지난 3년 간 12억 파운드를 투자하여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한다.

Baltic 또한 이미 수 십 개의 맥주 공장을 인수하고 맥주 생산 시설 3곳을 확충했다. 이제 Baltic은 10곳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 최고의 맥주 브랜드이자 시장 점유율 10.8%를 자랑하는 Baltika를 가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수 합병의 결과 러시아 시장이 Baltic, InBev와 Heineken을 중심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결국 Baltic이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정정이 불안한 여타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자주 바뀌는 규제와 제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2005년 초반 러시아 정부는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한 바 있다.

맥주업계는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술집에 가는 것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법안이 발효되었다면 맥주 소비를 15% 가량 감소시켰을 것이라고 본다. 부정적인 의견이 너무 많아 이 법안은 폐기되었지만 추후에 다시 상정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유통 또한 문제이다. 판매되는 맥주의 40% 가까이가 소규모의 비효율적인 키오스크에서 판매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포장방법은 저렴한 플라스틱 병이다. 2002년 InBev는 이러한 경향을 무시하고 소형 병맥주 판매를 고집하다가 분기당 2%의 매출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맥주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좀 더 비싼 유리병 포장으로 중심이 옮아갈 가능성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