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38·경기일산)씨는 최근 아파트단지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경비원과 언쟁을 높이며 말다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적용대상이 돼 ´재활용마크´가 버젓이 찍혀 있는 라면봉지를 버릴 곳이 없어 플라스틱제품 분리수거대에 놓았다가 이를 본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라면봉지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는 핀잔을 들은 것. 박씨는 경비원에게 새해부터 라면봉지도 분리수거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지만 경비원은 금시초문이라며 박씨의 ´무지´를 나무랐다.

주부 구모(45·서울불광동)씨 역시 일주일에 수십개씩 쌓이는 음식료품의 비닐포장지를 따로 분리수거해 대문밖에다 놓아뒀지만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해가지 않아 다시 거둬들여 집마당에서 태워버렸다.

구씨는 "쓰레기 소각은 법에 저촉되지만 수거해가지 않는 비닐포장지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며 "주변에서도 비닐포장지가 재활용제도 적용대상임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정도로 정부 정책이 시행과정에서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비닐류도 재활용 대상에 포함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빵이나 라면 등 음식료품과 세제, 화장품, 의약품 등의 비닐포장지를 분리배출하면 제조 및 수입업자가 직접 재활용하거나 처리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국민 대부분은 이를 모르고 있는데다 바뀐 제도를 앞장서서 시행해야 할 지자체들도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분리수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직원은 "대다수 시민이 비닐포장지를 여전히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있고, 분리수거 체계를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우리 구는 3월 1일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대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제도가 시행된 지 두달이 돼가는데도 실태 파악은 커녕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지침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 243개 지차제 중 비닐포장지 분리수거 체계를 갖춰놓은 곳은 111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지자체와 함께 실태점검에 나서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건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강제시행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 유해폐기물팀장은 "비닐포장지 분리수거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지자체도 이를 시행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더구나 보상체계가 미흡해 생산자들조차 적극 나서서 비닐포장지를 수거할 만한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어 제도 자체가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