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날개 돋친 듯 팔리던 반면 맥주 판매는 침체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맥주 제조사들은 와인업계의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고 새로운 포장과 향 그리고 맛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기업 AC닐슨의 맥주업계 담당 닉 래이크는 “주요 맥주 제조업체들이 차별성이 없어지고 모두 동일하게 변해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제조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광고할 때-버드와이저, 밀러 라이트, 혹은 쿠어스 등-또는 광고 속에 제품 캔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세 회사의 제품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착각될 정도입니다.”라고 래이크는 말했다.

현재 맥주 업체들은 과거 스타벅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사의 맥주가 좀 더 시원하고 품질이 우수하며 건강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쓴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그 결과 마침내 맥주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번 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슈퍼마켓 업계의 연례 무역박람회인 미국 식품마케팅협회 국제 박람회(Food Marketing Institute Show)에는 과일 맛이 나는 맥아음료에서부터 유기농 페일 에일(pale ale) 및 새롭게 선보이는 맥주 제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여전히 맥주는 미국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 정도가 선호하는 주류이다. 그러나 와인과 증류주들에 대한 애주가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실시된 갤럽 설문조사에서 와인은 맥주만큼이나 미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업계는 그동안 라벨에 귀여운 동물을 등장시키고 쉽게 열수 있는 뚜껑과 캔 및 파티용 박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근본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좀 더 흥이 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맥주 회사들은 맥주 판매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의 하나로 그들은 서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우리(맥주회사들)는 모두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맥주업계와 와인업계의 대립구도에서는 우리 모두는 동료입니다.”라고 안호이저 부시(Anheuser-Bush Cos. Inc.)사의 대변인 빌 로퍼는 말했다.

맥주 회사들은 새로운 용기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네켄의 케그 캔은 집에서도 생맥주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쿠어스 맥주는 510그램짜리 플라스틱 병들이 든 쿨러박스(cooler box)를 판매하고 있다. 이 쿨러박스는 얼음을 채워 해변이나 바비큐 파티에 가져가면 편리하다. 또한 버드와이저는 캔과 유리병을 혼합한 것 같은 견고한 알루미늄 병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용기 이외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부분은 맛이다. 버드와이저를 생산하고 있는 안호이저 부시사는 보다 깊은 맛을 자랑하는 라이트 맥주인 버드 실렉트(Bud Select)를 선보이고 있다. 버드 실렉트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라고 래이크는 소개했다.

AC 닐슨사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직접 양조한 맥주)와 수입맥주의 판매가 가장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안호이저 부시사는 최근 그로쉬(Grolsch)맥주와 하얼빈(Harbin)맥주 등 수입맥주를 유통시키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밀러맥주 회사의 모기업인 SABMiller PLC사 또한 체코산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Pilsener Urquell)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SABMiller PLC사는 몇 가지 신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마이크로 브루(micro-brew:특정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양조되는 맥주)스타일의 새로운 맥주 제품인 스톤 밀 페일 에일(Stone Mill Pale Ale)과 와일드 호프 라거(Wild Hop Larger)두 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두 종 모두 유기농으로 인증 받았다.

또한 천연 과일로 만든 Peels와 같은 새로운 맥아 음료수도 선보이고 있다. 안호이저 부시사는 카페인, 인삼, 브라질산 흥분제의 하나인 구아라나 맛이 나는 틸트(Tilt)와 B-to-the-E와 같은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건강을 고려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건강이라는 측면은 와인이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래이크는 지적했다.

“와인들 중에서는 레드 와인이 특히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레드 와인의 판매가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레드 와인 못지않게 맥주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래이크는 말했다.

(ms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