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화 사무국장

얼마 전 중국을 다녀왔다. 상해에서 열린 2006 ProPak China 전시회와 아시아 포장 센터(APC)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조금이나마 중국의 포장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전에도 몇 차례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중국의 산업성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70~80년대 성장속도를 능가하는 중국의 빠른 성장속도는 유유히 흘러가는 양자강(揚子江)의 흐름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빠른 변화의 중국을 보면서 그 흐름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중국방문에서 특히 눈에 띈 부분은 중국의 사회 인프라 구축이 생각보다 탄탄했다는 점이다. 양자강 삼각주의 핵심 도시인 상해에서 항주로 가는 길의 고속도로는 곧바른 길로 수많은 트럭들이 분주히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도 공사가 한창인 구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시원스럽게 정비된 도로는 원활한 물류의 흐름을 이어가는데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운하를 이용한 선박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 도로와 운하는 각 지역의 공단과 공단을 서로 연결하고 있으며 각각의 공단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각양각색의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는 중국의 산업이 이들 공장들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도 포장을 필요로 한다. 중국의 포장산업 규모는 이미 세계 최고 단위의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만큼 포장의 수요가 많다는 점과 함께 기술적인 요인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아시아 포장 센터(APC)를 방문하고 큰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교차하였다. 한국에는 왜 포장 대표기간이 없으며, 세계포장기구(WPO)나 아시아포장연맹(APF) 활동을 왜 소홀히 하는가라는 질문에 궁색하고 부끄러운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30여명의 직원과 3년 이내에 69층의 APC센터빌딩을 건립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우리한테 포장을 배워간 중국 포장산업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중국의 포장산업 국내 포장산업에 영향

이미, 중국의 흐름은 국내 포장산업의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산 완제품이 아닌 포장재의 국내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포장재 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포장재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저가를 내세운 중국의 제품에 밀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

완제품의 수입을 통한 국내 포장산업의 시장 축소와 함께 포장재의 수입은 규모를 갖추지 못한 국내 포장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포장재 업계의 어려움은 이미 예전부터 예견된 것으로 일반적인 형태의 제품으로는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이 우리의 넓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중국의 싼값의 제품들은 품질 부분에서 앞서있는 우리의 기술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기술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한층 개발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그만한 여력은 가지고 있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이러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각개 개별적 산업의 대처만으로는 힘들다는 점이다. 국가적인 대응책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에서 10대 산업 속에 포장산업을 포함시켰는가는 우리 포장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 당국에서도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그 산업을 바쳐줄 수 있는 기반 산업이 없으면 그 시장은 살아남기 힘들다. 식품, 공산품, 자동차, 철강, 일반 소비재 등의 전반적인 산업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 포장산업이다. 이러한 포장산업이 독립하지 못하고 대외 의존에 머무르게 된다면 타 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중국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포장산업을 중시하고 일으키려고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포장관계자와 정부당국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포장산업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타 산업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기간산업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만만디’를 생각해 보자

짧은 기간이나마 중국에서 보고 느낀 점은 여러 가지다. 중국의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의 기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만만디’로 표현되는 많은 중국인 특유의 느긋함은 이번 중국방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급히 서두르는 것 없이 느긋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는 중국인들의 낙관적인 기질을 우리도 배워볼 필요가 있다.

당장 안되면 큰일이 일어나는 듯한 호들갑이 아니라 차근차근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마음으로 단단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이든 포장산업 전체든 서두른다고 하루아침에 없었던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보다 효과적인 대안들을 찾고, 그것이 실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 나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