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에는 흡입(sucking)과 배출(blowing)을 교대로 하여 이동하는 바다 가리비(sea scallop)를 모방한 장치가 인체 내부에서 도달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약을 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장치를 연구개발해 제작하고 있는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교(University of Twente)의 물리학자 글라우스 디에터 올(Claus-Dieter Ohl)에 따르면, 이 새로운 모터에는 움직이는 부분이 없으며,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 원격으로 동력이 공급될 수 있다고 전한다.

로보스캘럽(roboscallop)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길이가 수 밀리미터이고, 직경이 약 750마이크로미터이며, 한쪽이 막혀 있고 공기방울을 포함하고 있는 관(tube)으로 구성된다. 이 관을 유체 속에 넣고 음파를 발사하면 공기방울이 확장과 수축하여 관의 한쪽 끝에서부터 흡입과 배출을 반복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공정은 유체를 큰 각으로 넓게 관으로 들어갔다가 폭이 좁은 제트형식으로 방출시키기 때문에 추력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로보스캘럽이 움직이게 되며, 이것은 마치 2걸음 전진하고 1걸음 후진하는 것 같이 보인다.

로보스캘럽의 경우 음파에 의해 동력이 공급되기 때문에 내부 동력원이나 전선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하여 인체 내부에서 피부에 접촉하고 있는 스피커를 통해 이 장치를 구동시킬 수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장치를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음향은 큰 편이지만 견딜만한 것이다.

현재 로보스캘럽의 속력은 초당 수 밀리미터에 불과하며, 인체 내부에서 혈류에 대항하여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아마도 현재 속력의 3~4배 정도 증가된 초당 10밀리미터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속력 증가는 로켓 엔진과 같이 발생된 추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관에 노즐을 구비하여 달성될 수 있다. 글라우스 디에터 올은 이 장치의 응용 분야로 항응고제(anti-clotting drug)를 전달하기 이전에 응혈(blood clot)로 헤엄쳐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 장치는 액체 속에서 마이크로미터의 크기를 가진 물체를 이동시키는데 있어 매우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단점으로는 추진력이 더 작은 크기에서는 무시되기 때문에 이 장치를 현재보다 더 작게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이 장치는 현재의 크기로도 인체 내부 일부에 사용되기 충분하며, 앞으로 현재 크기의 1/4정도로 축소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보스캘럽은 미세유체 화학 분석 장치(microfluidic chemical-analysis device)에 있는 미소한 채널에서 유체를 펌핑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장치 자체보다 유체를 이동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다른 도전과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러한 현상이 몇 번 관찰되었지만, 이러한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의 미세유체 장치에 사용되는 펌프는 이동부가 있어서 막힐 수 있으며, 전류나 가열을 필요로 하여 유체 속에 포함된 단백질과 같은 샘플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개발 중인 로보스캘럽은 이러한 분야에 큰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홍순우 기자/ kip@pack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