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대표

환경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포장분야 쪽으로는 사용억제와 제한이라는 울타리가 둘러쳐지고 있다.

포장은 현대사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해 주는 필수 요소임에도 포장의 순환 사이클이 짧다는 이유로 폐기물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또한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제품 생산에서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사용에 이르기까지의 포장에 대한 순기능은 무시하고 단순히 사용된 이후의 포장만을 바라보는데서 기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의 환경정책을 보면 포장폐기물의 발생억제와 때에 따라서는 포장에 대한 사용억제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포장사용-폐기-사용억제라는 단순한 구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포장은 언제까지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로써의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정말 해도 너무한 과대과잉포장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러는 마케팅차원에서, 더러는 방법을 잘 몰라서 자원의 낭비 및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단순환 포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포장의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사용된 이후의 포장을 폐기물이 아닌 재생,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보자는 움직임이다.

포장은 폐기물이 아닌 새로운 자원

포장을 자원으로 보자는 움직임은 정부부처인 환경부에서도 드러난다. 담당과의 명칭도 폐기물이란 단어를 자원순환으로 변경하였다. 포장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은 물론 기술적인 발전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그동안 매립이나 소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형태의 포장폐기물을 새로운 원료나 에너지원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미 유리병과 금속캔의 경우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보이고 있다.

일부 플라스틱 복합재료의 경우 아직까지 경제성까지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서는 조금만 더 기술적 발전을 보인다면 사용되어 버려진 포장재도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포장에 대한 새로운 친환경포장 표준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포장에 대한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포장을 설계하고, 재료를 선택할 때부터 감량화, 재사용, 재활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같은 포장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우리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웃 일본에서 포장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으며 더 나아가 이것을 범아시아 지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되어 일본 측 관계자들이 의사타진을 위해 국내의 관련단체와 중국 등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맞는 포장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포장가이드라인 작성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포장기술협회(JPI)에서 이미 초안을 만들었으며, 이 초안을 가지고 오는 10월 동경에서 열리는 Tokyo Pack 2006 전시회에 맞춰 아시아포장연맹(APF)의 회원국을 대상으로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제안한 이 포장가이드라인의 목적을 보면 “재활용 지향 사회를 도모하기 위한 기본법률, 폐기물처리 관련 법률,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관련 법률 및 용기와 포장 재활용법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친환경 포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커다란 제약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통해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로 수출입 되는 제품에도 적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일본에서 포장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비한 실정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만든 포장가이드라인을 범아시아권으로 확대하면서 우리에게도 이 가이드라인의 도입을 압박할 것이다. 이러한 압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관계자 및 관련단체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실정에 맞는 우리의 포장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한다. 친환경 포장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단순히 남의 것을 빌려오는 것이 아닌 우리의 현실과 실정에 맞는 포장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준비를 지금 바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