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사를 한지 불과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새해 정해년(丁亥年)을 맞이했습니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지난해를 항상 회고합니다만,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와 원고현상은 장기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계에 더욱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였고,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불안정한 상황을 감내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 골판지포장업계 내부를 살펴보아도 수요 위축이 지속되면서도 원자재가격이 강세를 보여 경영개선에 대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여 왔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농산물 포장재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려 신수요 창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이러한 기대는 과당경쟁이 기업경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학습효과를 경험해 봤기에 적자산업화 탈출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출발하게 하였지만, 달라진 것 없이 한해를 마감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병술년을 돌아보면서 의미를 짚어 본다면, 골판지원지업계의 구조조정 노력과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다소간의 경영여건을 호전시키는 사례를 보면서, 늪에 빠진 골판지포장업계의 환경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하였다는 점과 포장화가 부진한 배추, 무 등에 대한 조합의 시범 출하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포장을 정착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해 8월 들어 골판지원지가격이 전격 인상되면서 일부 골판지가격도 연동 반영되었지만, 제자리걸음만하는 골판지상자가격은 상당한 경영압박을 주어 무거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 어려운 경영여건 하에서도 “따로 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유익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명심하여 골판지포장 연관업계는 상호 신뢰의 끈을 놓아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저는 골판지포장조합 이사장으로서 정해년 새해 벽두를 맞아 우리 업계에 고착되어 있는 적자산업화의 고리를 여하히 끊고, 골판지포장업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에 생각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골판지상자는 그것을 만드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만 그치지 않고,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도 앗아가고, 업계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장원리란 무절제한 무한 경쟁이 아니라 질서있는 무한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며, 기업간 거래에는 가격 만능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신뢰 만능주의가 옳다는 생각이 앞서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골판지상자 가격 제값받기에 모두 동참함으로써 500년 만에 찾아왔다는 황금돼지해에 걸 맞는 흑자경영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는 첫 단계로 우리 골판지포장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솔하게 논의하고, 상자의 저가격 구도 타개를 위한 지혜를 구하기 위해 골판지원지 및 골판지포장 5대 일관기업의 오너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어 상생의 도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황금돼지 해라는 정해년에는 그동안의 시름을 걷어내고 희망찬 앞날과 부푼 기대를 실현해 가는 성공적인 한해가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