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기획과제의 일환으로 중국의 포장정책 및 산업동향을 살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었으나 천진, 북경, 상해, 항주에 위치한 주요 포장단체 및 기업체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를 분야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1. 포장 연구

중국은 포장분야에 있어서 자국 내 유일한 국가급 종합포장시험기관인 중국포장과연측정중심(CPRTC)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포장의 각 분야에 대해 시험할 수 있는 대규모 종합시험 및 연구기관이다.

국가급 시험기관이 천진을 포함하여 6곳에 있으며 천진의 경우 2002년 ISTA 인증, 2004년 ASTM membership 취득으로 현재 국내외 업체에 대한 ISTA 및 ASTM 품질규격 시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진동 및 충격 등 유통 및 수송포장분야에 대한 시험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으며, 총 인원 100여명에 실험요원을 포함한 연구인력은 30여명 정도이다.

천진에 있는 중국포장연구센터

단, 시험 및 인증업무 위주로 조직화되어 연구개발을 위한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첨단연구개발을 위한 정밀측정기기 확보도 부족하였으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첨단포장재 개발, 식품포장, 포장설계 등의 분야는 미흡하다고 하겠다.

또한 예산부족으로 지속적인 기자재 업그레이드가 어려워 시험기자재가 대부분 노후화되어 있어 현재로서는 포장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2. 포장 정책

중국의 포장 정책은 2004년 포장기술인협회 전국지부로부터 명칭이 변경된 중국포장연합회(China Packaging Federation, 이하 CPF)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CPF는 각 기술분과, 신문사(중국포장보) 등을 자체적인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각 성(城)의 포장기술협회 조직을 관리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한편 중앙정부에 대한 정책제안, 국제적 포장협력 등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포장정책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2014년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국가 재정부로부터 3천만뤼안(RMB/연간)의 포장기업 육성 기금의 집행을 하고 있으며, 국가급 포장단지의 관리 및 지원, 중국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있어서의 포장관련 정책 입안 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렇게 일관된 조직은 민간주도 조직(일본 JPI나 미국의 PMMI 등)에 비하여 다소 경직된 점은 없지 않으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공산국가인 중국의 여러 여건을 종합해 볼 때 매우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3. 인재 육성

중국의 포장에 있어서 가장 부러운 부분이 인재육성 정책이다. 각 성의 대표적 종합대학 내에 50~60여개의 포장 단과대학이 설립될 정도로 중국포장교육의 양적 팽창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1개 대학에 50명 정도 배출시 연간 2,500명에서 3,000명의 정규대학 포장전공자를 배출한다는 것이며, 필자가 방문한 천진과기대학에서만 포장전공자가 60명 정도였고 박사과정까지 있었다. 한국은 유일한 4년제 대학인 연세대(원주)에서 40명이며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200명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천진과기대학교 포장인쇄공정대학의 경우 시설과 기자재, 교육환경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매우 우수한 편이었으며 포장학과가 대부분 중국내 우수대학에서 배출됨에 따라 학생들의 기본적인 자질 또한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각 대학에서는 수개월부터 2, 3일까지 다양한 단기 기술교육 및 산업체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교수진이 포장을 전공으로 하기보다는 인쇄 등 타 분야 산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아직까지 포장의 다양한 커리큘럼(식품, 유통, 물류, 마케팅 등)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시험기자재가 노후화되고 대부분 단순시험장비나 생산설비 등에 치중되어 대학으로서 연구기능은 취약하다고 하겠다.

또 관학, 산학연계 등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중국의 특성상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약하여 산업체, 중국포장연합회 등과의 연계 및 기술교류에 대해 소극적인 점도 우리나라 대학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점이라고 하겠다.

최근 포장기술자에 대한 자격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중국포장연합회가 2005년부터 “포장설계사”, 상해포장기술협회가 금년부터 “포장공정사” 등 민간 자격증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대학에 위탁하여 교육하게 한 후 자격증을 부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4. 포장산업

중국 포장산업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의 상황과 같이 중국의 산업 성장과 거의 비슷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포장연합회가 출간한 중국포장신식통계회편(2006)에 따르면 매출액 3,000만 위엔 미만의 소기업이 93.3%를 차지하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매출액 3억 위안 이상)은 차지하는 비중은 낮으나 공업총생산과 부가가치, 수출의 경우 11~14%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신상품생산비율이 35% 이상으로 높아 신제품 및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자료조사시점인 2005년엔 26개 기업에 불과했으나 현지 전문가의 의견은 현재 100여개 기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APC(아주포장중심) 건설 현장

특이한 점은 5, 6개의 대규모 포장기지 등 30여개의 포장기지가 각 성의 제조단지와 연계하여 흩어져 있으며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포장연합회를 창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해의 경우 포장 종합 도매 상가들을 활성화하여 Mall과 같은 형태로 집단화(포장성(packaging city)시켜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체계적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상해포장협회가 있다.

또한 중국은 제조단지 인근에서 단순한 포장재 및 기계생산을 맡고 있는 기존의 포장기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항주에 APC(아주포장중심)라는 대형 “포장단지”를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APC는 일반적으로 포장생산기지는 제조 산업 단지 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탈피, 포장의 생산은 물론 연구, 교육, 정책개발 등을 일원화하여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매우 획기적이며 실험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즉, APC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폭적 지원은 중국이 단순한 포장 재료의 생산기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체의 입주, WPO(세계포장기구) 등의 유치, 포장연구단지 구성 등으로 아시아가 아닌 전세계적인 포장정책, 표준, 기술개발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찬 목표가 숨어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APC는 진강개발구 및 강동개발구로 나누며 전강개발구의 경우 총 10km2의 부지, 강동개발구의 경우 총 24km2의 부지가 포장산업 관련 업체들의 입주에 할당될 예정으로 총 150억 달러 유치를 목표로 하여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0.7 km2의 면적에 6개의 기업의 입주가 확정되어 부지조성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APC 완공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5. 시사점

이번 탐방으로 포장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과 혁신적인 지원, 잘 짜인 조직체계, 포장산업 및 교육환경의 급격한 성장세 등은 중국의 포장산업이 현시점 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포장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수년 내에 중국의 포장산업이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충분히 갖추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 포장산업이 지금과 같이 영세하고 저효율적인 생산체계를 유지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도 빈약한 체로 생산위주의 산업으로 남아있는 다면 지금보다 더한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 틀림없다.

중국 등 주변국의 예를 보았을 때 정부의 역할 또한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국내의 포장산업구조가 영세하고 각 단체가 분야별 이해득실에 따라 사분오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간단체에 의지하여서는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안목 있는 포장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포장관련 정책개발, 행정 및 대내외 업무 등을 담당할 정부-민간 합동의 지원 창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비로소 합리적인 포장정책 수렴과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전략적인 지원도 충분해야 한다. 일부 첨단포장재료 및 포장기계, 포장관련 고급인적자원 등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는 장점을 활용하여 포장산업의 대형화, 첨단화 유도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포장기술지원센터의 설립은 체계적인 포장관련 첨단 기술 연구 및 실용기술개발, 산업체 기술지원 등을 위하여 크게 환영할 일이다.

다만, 포장은 기술은 물론 정책개발이 동행되어야 하는 pseudo-engineering(의사공학, 퓨전공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왜곡된 포장정책의 수정과 산업활성화를 위한 진흥책 개발에 우선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