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호

필자가 포장과 중국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에 온 지도 올해로 벌써 10년을 넘겨 12년째가 된다. 지금까지 1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중국에서 포장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과 지금 중국 포장산업의 급격한 발전이 한국의 포장산업에 미칠 영향을 주관적 시점에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1996년 당시 중국 포장은 한마디로 그냥 물건을 싼다는 개념의 포장이었다. 포장이 가지는 여러 가지 기능 중 오직 상품보호 차원의 개념 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중국의 포장산업은 질적, 양적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을 형성하였고, 포장에 대한 요구 또한 변화하여 기존의 상품보호 측면 외에 또 다른 기능이 점차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포장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중국 포장산업의 발전현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중국의 일반적 경제발전의 특징인 규모적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조사된 중국 포장산업 통계수치를 보면 년 매출 500만원(인민폐)가 넘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전체생산총액이 연간 4000억원(인민폐)을 넘어섰고, 전년 대비 생산총액 성장률이 22.35%를 나타냈으며, 중국 전체 GDP의 2.2%를 차지하였다.

또한 연간 매출이 3000만원(인민폐)이 넘는 포장기업이 200여 개나 되고 계속해서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로 성장을 한다면 머지않아 중국 포장시장은 단일국가 시장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란 의견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포장시장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현재 중국 포장산업은 양적 질적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포장산업의 급격한 양적 발전의 주요 원인은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이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상품에 대한 이면적인 요구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기업간의 시장 경쟁은 물류 및 포장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다만, 이러한 급격한 양적 팽창으로 인해 중국 포장산업은 아직 품질, 기술, 연구 방면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중국 포장산업의 일반적인 문제점은 외국 포장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중국 포장산업의 질적 성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최근 질적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포장 전문가 양성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어 질적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장 전문가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의 포장 전공을 가르치는 대학의 수만 보더라도 96년 6~7개에서 지금은 약 50여 개를 넘어서고 있고 매년 배출되는 포장 전문가가 약 2,000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 석사 및 박사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포장 전문가들의 인력 양성을 통해 그 동안 양적으로만 팽창되었던 중국의 포장산업이 이제는 질적 성장까지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포장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국포장연합회(CPF), 각 성의 포장협회 등 관련 기관을 통한 포장기술 연구발전 기금, 비정규 포장 전문 인력 양성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포장기지나 물류기지화를 통해 동 업종 타 품종의 기업을 집중화하여 원가절감 및 시너지 효과를 살려 중국 포장관련 기업이 하루 빨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한편 외국의 포장기업 유치를 통해 외국자본의 중국 유입을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중국 포장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이미 많은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산업 영역과 마찬가지로 포장산업 영역에도 많은 외국 기업이 앞을 다투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05년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자국 포장기업 대비 외자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15%로 2003년 6.72%에 비해 약 2%의 성장을 보였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한 포장산업의 발전은 향후 더욱 많은 외국 포장관련 기업의 중국 포장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중국 포장산업, 한국 포장산업에 위협

중국 포장산업의 발전이 과연 한국 포장산업에 있어 기회가 되느냐 도전이 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중국의 현실과 변화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기업이 대중국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얻고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식 밀어붙이기는 많은 대중국 투자자들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국 투자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고, 이에 중국 시장에 관심 있는 많은 기업가들의 대중국 투자를 위축시켰다.

이러한 위축은 한편으론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한국의 외화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세계 각국이 앞을 다투어 선점하려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이 기득권을 빼앗겨 버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러한 위축이 지속된다면 중국 포장산업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의 포장산업에 새로운 경쟁상대로 발전해 갈 것이란 사실은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자본력을 무기로 지적재산권 및 기술력 확보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일례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일본의 포장기계제조업체를 최근 중국 자본이 통째로 인수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현지에서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느낀바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중국의 포장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포장재의 고품질화와 원초적 기술력 향상 등이 있다. 그러나 조만간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중국의 거대 자본과 값싸고 질 좋은 중국 포장재가 한국의 포장 시장을 잠식해나게 될 것이며 그 시점은 결코 멀지 않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의 포장산업은 다시 한 번 발전 목표 및 계획에 있어 중국이란 거대 시장의 발전에 주목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포장산업의 발전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시장에 선진출하여 경쟁력을 갖추는데 있다. 만약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은 중국 포장산업의 자본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중국 시장 개척 방안의 핵심은 ‘기술력’

이에 한국 포장산업은 중국의 포장산업 발전을 한국 포장산업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중국 시장 개척 방안의 핵심은 첫째도 기술력, 둘째도 기술력이다. 중국은 이미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외자기업의 유치를 제한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기술집약적 산업이나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외자기업에 다양한 혜택까지 주면서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포장기업이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겸비한다면 중국시장 진출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중국 포장시장의 진출을 위해서 먼저 포장에 관한 원천기술의 확보 및 지적 재산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

또 끊임없는 연구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대중국 투자 중소기업이 중국의 관련 법규나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많은 불이익과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연구 개발된 기술 함량이 높은 상품을 중국의 법령에 의해 보호를 받고 좋은 중국측 파트너와 협력하여 중국 시장을 개척한다면 한국 포장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