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구속수감 되기 직전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시 `낙화(落花)´를 인용했다고 해서 아, 얼마나 멋진 사나이인가. 늙은 정치인들이 저승 문턱에서까지 추한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데 이형기의 낙화가 아니고 조지훈의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를 인용해서 ‘봄은 또 오고 있다’ 바람에 진 꽃이 햇볕에 다시 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폐일언 하고, 어쨌든 낙화, 가야 할 때, 바람, 봄, 꽃, 햇볕이 모두가 은유다. 은유(metaphor)란 사물과 사물이 지닌 속성의 유사성을 연결하여 나타내는 비유다. 은유를 통해 감추면서 하는 말이 시이다. 말은 감추면서 해야 의미가 강해진다.

위의 시에서는 떠난다는 말을 ‘객관적 상관물’ 낙화로 감추고 있다. 속으로는 A를 말하면서 겉으로는 B를 제시하면 B가 A의 감정을 환기시키는데 A와 B 둘의 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감정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깊이 감춰진 은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각은 눈물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라고 한 워즈워드의 말처럼 원천을 모르는 곳에서 가끔 눈물이 솟아날 때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눈물보다 깊은 곳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과 Faraday Packaging Partnership 에서는 포장을 보는 소비자의 마음을 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뇌파검사나 안면근전도 실험 등으로 포장이 주는 은유가 뇌의 어디쯤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는 것이다. 현대과학으로 가장 근접한 것이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기법(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다.

머리를 쓰면 해당하는 뇌의 영역에 피가 흐르고 피와 함께 흐르는 산소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뇌의 영역간 시냅스의 네트워크를 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뇌세포간 나무뿌리 모양의 신경연결망인 시냅스의 수가 천억에서 조 단위에 이른다.

이들은 이온에 의하여 발생하는 전기작용에 의하여 뉴런과 뉴런 그리고 뇌 영역간 정보를 연결한다. 머리를 많이 쓰면 머리가 더워지는 것은 실제로 머리 속에서 전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며 화가 날 때 ‘열 받는다’, ‘뚜껑 열린다’고 하는 말은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다.

우선 뇌의 초기사진을 찍고 포장을 보여주면서 다시 사진을 찍어 두 번째 사진에서 첫 번째 사진 부분을 빼면 감정의 변화에 의하여 활성화 된 부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Perrier 물병(위)의 이미지와 게토레이 용기(아래 왼쪽), 코카콜라 광고(아래 오른쪽) 이미지

이와 같은 실험을 수없이 되풀이 하여 데이터화 해서 분석하면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의 활성화 이미지만으로 포장에 대하여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포장이 몸짓으로 말하는 은유를 해독해 보자는 것이다.

메타포(은유)는 메타언어, 즉 언어 밖의 또 하나의 언어, 언어 뒤의 또 다른 언어다. 메타포는 이미지를 만든다. 포장이 만드는 이미지를 보자. 옆의 사진에서 게토레이 제품 용기의 주둥이를 잘라보라. 상상으로.. 그리고 병 색깔을 조금 어둡게 해보라. 이미지가 떠 오르는가. 묘하게 생긴 놈이다.

건축가 Sullivan의 말대로 역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게토레이 병의 형태는 은유가 되어 힘과 관련된 기능성 음료로서 소비자 무의식의 심층에 자리잡는다. 뇌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자기 뇌의 각 부분과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보낸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활동을 계속하여 깨여 있던 동안의 뉴런간의 네트워크를 스스로 공고하게 한다.

우리가 잠을 자면서 안구를 빠르게 움직이는 REM(Rapid Eye Movement)수면상태는 낮에 있었던 의식과 무의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상태이다.

잡지 표지처럼 여체와 휘감은 붉은 천은 코카콜라의 은유가 된다. Perrier의 물병은 단순한 곡선이 아니다. 사고의 효율성은 무의식 상태에서 극대화 된다. 학습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고 학습된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 소비자 사고의 95%가 무의식 차원에서 발생한다.

평범한 광고처럼 보이지만 여러 장면의 성행위가 묘사되어 있다.

5%라는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며 그 또한 무의식이라는 부력에 의해서 에서 표층으로 솟아 나와 있을 뿐이다. 위의 사진은 영국 어느 여행사의 광고물이다. 평범한 해변 풍경이지만 그 속에는 여러 장면의 성행위가 묘사되어 있다. 저 뒤쪽에는 숫개도 보인다.

이와 같은 광고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으나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억울하지만 문제는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한 번 보자.

Source : Zaltman, 2004

옆에 있는 그림에서 두 괴물의 크기는 정확하게 똑같다. 믿기지 않으면 자로 한 번 재보라. 괴물을 그린 그림에서 굴이라는 은유가 추격과 도망이라는 의미를 만들어 크기를 엄청나게 변화 시킨다. 먹히는 놈은 작고 먹는 놈은 커야 한다. 쫓기는 놈은 작고 쫓는 놈은 커야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유전자에 의한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가깝다.

2007년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대토론회에 참석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이 ‘비주얼컬처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시각문화의 부상과 문자문화의 쇠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문자에서 시각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예술과 기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두뇌와 감성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플라스틱 사출이나 블로우 몰딩 기술은 원하는 형태를 얼마든지 표현하고 있다. 자동화, 대량생산 등에 의하여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플랙시블 패키지, 알미늄 캔, 카톤, 테트라팩 등도 새로운 형태변형이 가능해지고 있다.

파삭한 초콜릿(왼쪽)과, 부드러운 초콜릿(오른쪽)을 형상화한 패키지

옆의 사진에서 Dime 카톤팩은 포장에서 내용물의 파삭하게 깨지는 초콜릿을 표현하고 있다. Guylian 쵸콜렛은 조직과 맛이 매우 부드러운데 케이스가 내용물을 표현하고 있다. 맥주와 음료수 등에서도 차별화를 통해 표현되는 포장의 형태가 곧 은유이자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요소가 된다.

아직도 문자에 의한 설문조사나 FGI(Focus Group Interview), 말로 하는 펩시찰렌지, 브랜드를 가리고 맛을 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우리는 감각자극과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우리는 말할 때 조차도 표정과 억양과 몸짓, 눈빛으로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마음이 몸을,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

소비자의 무의식을 잡아야 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전단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언어에 기반하여 사고할 여유가 없다. 천 마디의 광고보다 하나의 은유(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낫다. FMCG 포장은 최고의 광고매체이며 은유의 덩어리다. 소비자의 머리를 열어 은유의 회로를 무의식 속에 만들어 넣어야 한다.

TV를 켜고 2007 윔블든 오픈에서 미모의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를 보라. 그가 땀을 흘리며 휴식시간 중간중간 게토레이를 움켜쥐고 빨고 있는 장면이 지금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