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 원장

최고의 포장은 포장을 하지 않은 포장이라는 말이 있다. 포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포장을 한 듯 제 기능을 갖출 수만 있다면 그 것 만큼 더 좋은 포장이 어디 있겠는가.

포장의 본래 역할이 포장에 담겨져 있는 제품을 보호, 보존하는 일이다. 이러한 보호, 보존의 역할이 중요하게 된 것은 근대화 이후 세계적으로 물적 이동이 많아지면서 부터다. 더욱이 세계화가 가속화 되면서 현대에서는 포장의 기능이 다양화 되어 가고 있다.

기존의 보호, 보존의 역할 뿐만 아니라 그래픽 이미지와 디자인 감각을 더해 마케팅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능이 다원화 되면서 포장은 수많은 부분들과 크로스 링크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포장은 어떤 제품에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재료 가운데 선택과 결합이 이루어지며, 여기에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그래픽 디자인의 적용과 법률적 의무 사항인 제품 정보의 기재 등 수많은 요소들이 담겨지게 된다. 이렇게 지나칠 만큼 많은 요소들을 포장에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기법들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포장을 줄입시다 - 그린 마일리지 캠페인’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 캠페인이 왜 지금에서야 벌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을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포장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보아야

사실 포장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미 환경에 대한 의식이 싹트면서 관련 정책이 만들어 지던 1990년대 초반부터 포장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사용 금지, 사용 억제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부터다. 이후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이 아닌 재생, 재활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정책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등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러한 정책의 성공으로 최근에는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한번 사용된 포장재는 버려지는 폐기물이 아닌 재생, 재활용 되는 새로운 자원으로 보는 것이다.

자원순환의 개념은 우리들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세계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한 패키징(sustainable packaging)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번 사용 후 폐기되는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써 패키징의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가자는데 있다.

이미 이러한 순환의 방법들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일부이기는 하지만 포장재로 사용된 재질을 재생, 가공하여 포장재를 만드는 원료로써 다시 이용하는 단계에 까지 와있다.

그러하기에 제품의 「요람에서 부덤까지」라는 기존 전력은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to-cradle packaging)」의 지속적인 자원순환의 패러다임 설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포장을 줄입시다 - 그린 마일리지 캠페인’을 보면 세계적인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발전적인 방향이 아닌 이미 지난 1990년대에 진행해 왔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2차 포장을 만들었다

우선은 이 캠페인에서 줄이기 대상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2차 포장이다. 낱개 포장에 대해서는 이 캠페인의 주체들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2차 포장이 왜 만들어 지게 되었나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장 근원적인 요인은 기업에서 자신들이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다.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 제품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포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다 보니 포장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게 된 것이다.

또한 대형 유통매장의 등장도 프로모션 패키지가 지금과 같이 과도해진 원인이 되었다. 대형 유통업체의 힘이 커지면서 이들 업체에서 제품 공급업체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요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이 제품을 몇 개씩 묶어서 파는 여러 유형의 묶음판매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묶음 판매의 형태에 적용된 것이 지금 캠페인 주관그룹에서 이야기 하는 2차 포장으로, 즉 프로모션 패키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많이 팔기 위해 만들어 놓은 프로모션 패키지가 지금 왜 문제가 되는가 하는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을 말하자면 국제적인 원자재가 상승에 있다. 이러한 원자재가의 상승으로 포장재 가격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유통업체와 함께 만들어 놓은 프로모션 패키지로 인해 비용은 점점 커져가고 이를 줄여야 하겠는데 별다른 대안은 없고 하여, 내놓은 것이 포장재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는 쪽에 방향을 맞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비용 문제는 말하지 않고, 포장은 나쁘다고 에둘러 다른 곳으로 화살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소비자단체, 환경단체의 요구에 어쩔 수 없다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의 ‘포장을 줄입시다’ 캠페인은 본질은 외면한 채 곁가지 문제점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 강물에 외려 불필요한 댐을 쌓는 듯한 인상이 든다.

이 댐을 만드는 목적이 전기를 생산하거나 강우조절과 같은 체계적인 장기적 계획은 들어 있지 않고 그저 댐을 만드는 그 자체가 목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미 포장재 또는 포장폐기물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좋은 처리 및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먼저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장을 줄입시다(2차 포장 줄이기) 캠페인이 보다 근원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측면에서 고려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