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최근 경고문구와 함께 흡연의 유해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새로운 흡연 경고라벨 9종을 발표했는데, 이 라벨은 2012년부터 모든 담뱃갑 앞뒷면의 절반 크기로 부착돼야 한다. 이번 조치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2%까지 끌어내리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경고라벨의 흡연율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012년부터 모든 담뱃갑에 표시 의무화

담뱃갑에 표시될 9개의 경고성 그래픽 이미지

지난 6월 21일 미국의 식약청은 2012년 9월부터 담뱃갑 앞뒤 면에 각각 절반 크기로 부착이 의무화되는 9종의 경고성 그래픽 이미지를 공개하였다.
이 사진들은 “담배가 당신을 죽일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절개된 가슴을 꿰매놓은 죽은 남자의 사진, “담배는 암의 원인이 됩니다”의 경고 문구와 구강암에 걸린 사진 등 충격적이고 시각적 효과가 큰 그래픽 이미지들이다.

FDA는 36개의 시안 중 관련 논문의 검토, 외부의견의 수렴, 1만8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등을 통해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효과가 가장 큰 9개의 그래픽 이미지를 선정하였다.

담뱃갑에는 흡연의 유해성을 나타내는 사진 및 경고문구와 함께 금연센터의 전화번호도(1-800-QUIT-NOW) 명시돼야 하며, 담배 광고에도 전체 면적의 20%에 이와 유사한 경고성 사진 및 문구 표기가 의무화되고 있다.

금연효과에 대해서는 반응 엇갈려
1965년 이후 담뱃갑에 흡연에 대한 경고문구 부착이 의무화됐지만, 그동안 흡연율 감소에 큰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흡연율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금연홍보, 담뱃값 인상 등과 같은 흡연율 감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21% 수준에서 정체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2%로 떨어트리기 위한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에 FDA가 공개한 새로운 경고라벨도 이러한 금연정책의 하나로 분석된다.

FDA는 새로운 경고라벨의 시행 이후 1년 동안 20만 명이 담배를 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버드대 공중위생학 교수이자 ‘세계담배통제센터’의 이사장인 그레고리 콘놀리 교수는 “캐나다의 흡연 경고 이미지에 비해 이번에 선정된 미국의 경고 이미지는 충격의 수위는 낮은 편이지만, 흡연자를 존중하면서 흡연의 유해함을 보여주고 있어 금연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미 ‘질병관리 예방센터’의 연구 결과로는 이번에 선정된 경고성 이미지들로 흡연자들의 25-50%가 금연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번 미국의 흡연 경고라벨을 둘러싸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의견이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위스콘신에 거주하는 46세의 여성 흡연자 Trahesa Mires Davis는 “이미 담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흡연자들에게 타격을 주었고, 담배의 유해성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자만을 공격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에 휴스턴에 거주하는 44세 비흡연자 Kevin Spangler는 “청소년들이 경고 이미지를 보면 흡연하는 것이 멋있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26세의 Trish Kershaw는 “경고 이미지는 보기 좋지 않으나 사람들은 곧 익숙해지므로 흡연율 감소에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39.6%로, OECD 평균인 27.3%에 비해 최고 수치에 가까운 데도 경고성 이미지 부착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오히려 흡연 충동을 높이는 화려한 디자인의 담뱃갑이 증가하는 등 흡연율 억제 노력이 약해 더욱 강력한 규제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료원 : 미 식약청(FDA), USA Today]
(KOTRA & globalwindow.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