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국산 애견사료회사들이 자사의 사료제품을 외국 수입제품처럼 포장,판매하는 얄팍한 상술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신토불이’를 강조하는 농협조차 모든 애견사료제품을 영어로 표기,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대형마트나 애견병원 등에서 판매되는 국산 애견사료의 93% 이상이 제품포장에 영문을 사용해 포장만 봐서는 국산인지 외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로 ‘CJ’(제로니), ‘대한사료’(프로베스트 시리즈), ‘인터펫코리아’(도비,퍼피), ‘펫토피아코리아’(프로퍼먼스), ‘농협’(유포리아), ‘우성사료’(넥스탑) 등 국내 거의 모든 애견사료 제품들이 포장지에 영문을 사용한다. 몇몇 제품의 경우도 기업로고를 전면에 인쇄해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수입산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더구나 농협에서 제조하는 ‘유포리아’(골드,프리미엄,퍼펙트,브리더)는 포장에 한글표기가 없을 뿐 아니라 상표명조차 미국의 유명 애견사료회사인 ‘유카누바’와 비슷하다. 일부 제품은 포장의 디자인까지 ‘유카누바’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농협은 국견인 진돗개의 사료 포장마저 영어로 도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의 관계자는 “작년 제품 출시 전 시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포장 제품명에 절대 한국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견사료시장을 수입산이 개척했기 때문에 영어표기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데다 국산업체는 영어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굳이 한글표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견을 기르는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은 업체측 주장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할인점에서 만난 애견인 최일문씨(29)는 “모든 제품이 영어로 표기돼 외산인지 국산인지 구분이 안 간다”며 “한글을 사용해도 제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님 이지은씨(32)는 “그동안 써왔던 제품이 국산인 줄 몰랐다”며 “국내 업체들의 이러한 행태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불쾌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