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바뀐 해태제과 로고가 관심 있는 디자이너들의 비위를 건드리는 모양이다. 꼬집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한 그룹의 대학생들이 해태 과자상지를 들고 있어서 물어 보았다. 이거 장난 아니냐. 재미있다.

‘바뀐지 몰랐다’, ‘불량식품 상표 같다’, ‘초등학교 냄새가 난다’, ‘가벼워 보인다’, ‘진짜 바뀐 것이냐’ 등이 반응이다. 내가 보는 해태로고는 재치와 경박 그 중간에 있는 듯하다.

학생들과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 - ), >:- (, T T, ^ ^, 등 이모티콘(emoticon, emotion + icon)으로 재치를 곁들인다. 그러나 아이들끼리의 ㅎㅎㅎ, ㅋㅋㅋ, 졸라, 하삼, ㅊㅋㅊㅋ, ~여, 등의 경박한 어투들이 어른들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 중간의 그런 느낌이란 말이다.

치키와 키치

‘ㅎ ㅌ ㅐ’를 처음 보고 떠오르는 단어가 치키였다. 그리고 키치였다. 색깔 때문이었을까. 마침 삼성 비자금과 함께 매스컴을 타던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우리 딸네미가 잘 그리는 만화 그림 ‘행복한 눈물’이었다.

치키(Cheeky)는 아이들의 장난끼란 말이고 키치(Kitsch)는 어른들의 유아적 퇴행이다. 키치라는 용어는 미학적인 안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통속적인 그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예술적 가치는 없고 소유와 과시의 상업적 가치만 남게 되는 것을 ‘키치’라고도 한다.

너덜너덜 넓적다리를 드러낸 청바지, 배꼽티 등도 하나의 키치문화다. 전위(아방가르드)로서 키치를 지향하는 리히텐슈타인은 의도적으로 유치한 만화의 한 컷을 그린다. 그리고 ‘행복한 눈물’이라 이름 하였다.

70억에 만화 여주인공 같은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을 구입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도 비자금으로, 그 작품과 그 행위가 그야말로 ‘키치’들의 찰떡궁합이다.

키치는 질적인 하향평준화이다. 메릴린 먼로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놓거나 세제 상자를 쌓아 올려놓고 예술이라고 한 앤디 워홀, 소변기를 떼다가 미술관에 갖다 놓고 ‘샘’이라고 제목을 붙인 마르셀 뒤샹의 행동은 모두 유통기간이 끝난 예술사적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튼 모두 다 새롭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정통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키치 예술가들과 CI(corporate identity)회사 입장에서 보면 일단 상업화에 성공 했다는 점에서 해태로고와 키치는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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